形影神 三首幷序 (형영신 삼수병서)
-도연명-
貴賤賢愚, 莫不營營以惜生, 斯甚惑焉. 故極陳形影之苦,
言神辨自然以釋之.好事君子, 共取其心焉.
(귀천현우, 막불영영이석생, 사심혹언. 고극진형영지고,
언신변자연이석지. 호사군자, 공취기심언)
<서문>
귀한 사람, 천한 사람, 현명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할 것 없이,
자기의 생명을 아끼는 데에 급급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그래서 육체와 그림자의 괴로움을 상세하게 진술하고,
정신이 자연에 내맡기는 이치를 설명함으로써 그것을 풀고자 함을 말하였다.
이런 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마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形贈影 (형증영)[몸이 그림자에게 준다]
天地長不沒 하늘과 땅은 영원토록 없어지지 아니하고
山川無改時 산천도 변할 때가 없다.
草木得常理 초목은 변하지 않는 이치 얻어서
霜露榮悴之 서리와 이슬 따라 자라고 시들고 한다.
謂人最靈智 사람은 가장 영특하고 지혜롭다고 말은 하지만
獨復不如玆 홀로 그러하질 못하다.
適見在世中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을 방금 보았어도
奄去靡歸期 홀연 떠나가면 돌아올 기약이 없다.
奚覺無一人 어찌 한 사람쯤 없어졌음을 깨달을 것이며
親識豈相思 친척이나 아는 사람들도 어찌 늘 생각하겠는가.
但餘平生物 다만 남아 있는 생전에 쓰던 물건들
擧目情悽洏 눈에 들면 마음이 비참해진다.
我無騰化術 나 신선되어 올라가는 도술 없으니
必爾不復疑 반드시 그렇게 되리란 것 정녕 의심하지 않는다.
顧君取吾言 원컨대 그대는 내 말을 받아들여
得酒莫苟辭 술이 생기면 구차하게 사양하지 마시게.
影答形(영답형) [그림자가 몸에 대답 한다]
存生不可言 생명 오래 보존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衛生每苦拙 생명 유지도 언제나 서툴러 괴롭다네.
誠願遊崑華 정녕 崑崙山과 華山에서 노닐고 싶지만
邈然玆道絶 아득히 먼데 길은 끊어져 있네.
與子相遇來 그대와 만난 이래로
未嘗異悲悅 슬픔과 기쁨 달리한 적 없었다네.
憩蔭若暫乖 그늘에서 쉬면 잠시 떨어지게 되지만
止日終不別 해나는 데 머물러 있는 동안은 끝내 헤어지지 않았네.
此同旣難常 이렇게 같이 있음 꾸준하기 어려운데
黯爾俱時滅 슬프게도 같은 때에 함께 소멸하여 버린다네.
身沒名亦盡 몸뚱이 없어지면 이름 또한 다해버려
念之五情熱 이 일 생각하면 오만 감정이 달아오르네.
立善有遺愛 善을 행하면 사후에 명성 남으니
胡可不自竭 어찌 스스로 힘 다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酒云能消憂 술은 근심을 없앨 수 있다지만
方此詎不劣 이것에 비하면 어찌 졸렬하지 않겠는가.
神釋 (신석)[정신의 풀이]
大釣無私力 대자연의 조화에는 편애함이 없고
萬物自森著 온갖 이치는 절로 성하고 드러난다.
人爲三才中 사람이 三才 중에 하나가 되는 것은
豈不以我故 어찌 나 때문이 아니겠는가.
與君雖異物 그대들과는 비록 형체는 다르나
生而相依附 나면서부터 서로 의지해 왔다.
結託旣喜同 맺어지고 의탁하여 한 몸이 된 것 이미 기뻐하였으니
安得不相語 어찌 서로 말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三皇大聖人 三皇은 위대한 성인이지만
今復在何處 지금은 그런데 어디에 있는가.
彭祖愛永年 彭祖는 오래 사는 것을 좋아하였으나
欲留不得住 머물러 있으려 해도 머무를 수 없었다네.
老少同一死 늙은이고 젊은이고 다 같이 한번은 죽는 것이니
賢愚無復數 현명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따질 게 없다네.
日醉或能忘 매일 취하면 혹 잊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將非促齡具 장차 수명 줄이는 물건 아니겠는가.
立善常所欣 선을 행함은 언제나 기쁜 일이나
誰當爲汝譽 누가 나서서 너를 위해 칭송하여 줄 것인가.
甚念傷吾生 심하게 염려하면 우리 삶을 해치게 되니
正宜委運去 마땅히 운명에 맡겨 살아가는 거라.
縱浪大化中 큰 변화 속 물결치는 대로
不喜亦不懼 기뻐할 것도 없고 또 두려워할 것도 없고
應盡便須盡 죽을 때 되면 죽을 것이니
無復獨多慮 더 이상 홀로 지나친 걱정하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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