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저 물과 달을 아시오? 물은 이처럼 밤낮없이 흐르지만 한 번도 저 강이 가버린 적이 없고, 달이 저처럼 찼다가 기울지만 끝내 조금도 없어지거나 더 자란 적이 없다오. 변한다는 관점에서 볼라치면 천지는 한순간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변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볼라치면 만물과 내가 모두 무궁하다오. 그렇거늘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오? 그리고 저 천지간의 만물은 저마다 주인이 있으니 내 것이 아니면 비록 터럭 하나일지라도 가져서는 안 된다오. 다만 강위에 부는 산들바람과 산 위의 밝은 달만은 귀에 들어오면 소리가 되고 눈에 닿으면 색깔이 되는데 아무리 가져도 금하지 않고 써도 써도 없어지지 않는다오. 이것은 조물주의 무진장한 보물이니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라오.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먼 사람이 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여 눈이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해의 모양은 구리쟁반과 같다"고 말해주자 그는 쟁반을 두드려 그 소리를 들었다. 나중에 종소리를 듣고는 그것을 해라고 여겼다. 또 어떤 사람이 "해의 빛은 촛불과 같다"고 말해주자 그는 초를 더듬어서 그 모양을 알았다. 나중에 피리를 만져보고는 해라고 여겼다. 해는 역시 종이나 피리와는 거리가 먼데 장님이 그 다름을 알지 못한 것은 자기가 직접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기 때문이다. 도를 알기 어려움은 해의 경우보다 더 심하니 사람들이 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장님이 해를 알지 못하는 것과 다를 리가 없다. 터득한 자가 일러줌에 있어서 비록 멋진 비유로 잘 가르쳐준다고 할지라도 역시 해를 쟁반과 초에 비유하는 것보다 나을 수가 없다. 쟁반에서 종에 이르고, 초에서 피리에 이르는 것처럼 바꾸어가며 형상화한다면 어찌 끝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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