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詩와 散文, 23

애야 좀 더 있다 가려문

빗속에 큰딸아이 가는 걸 만류하며(雨中挽長女行) 농가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들 갈 사람을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겠나. 자식을 만나서 기뻐 취하고 묘시가 넘도록 달게 잤더니 냇물 불어 개구리밥 보에까지 붙고 바람 불어 꽃잎은 주렴을 치는구나. 내 시가 아직 안 되었다 자꾸만 타고 갈 말 챙기지 말렴. 不有田家雨 불유전가우 行人得久淹 행인득구엄 喜逢子孫醉 희봉자손취 睡過卯時甘 수과묘시감 川漾萍棲埭 천양평서태 風廻花撲簾 풍회화박렴 吾詩殊未就 오시수미취 莫謾整歸驂 막만정귀참 - 김시보 (金時保, 1658~1734), 『모주집(茅洲集)』 권8 「빗속에 큰딸아이 가는 걸 만류하며[雨中挽長女行(우중만장녀행)]」

큰누님 박씨 묘지명

유인孺人 휘諱 모某는 반남潘南 박씨朴氏인데, 그 동생 지원趾源 중미仲美가 다음과 같이 묘지명을 쓴다. 유인은 열여섯에 덕수德水 이씨 택모宅模 백규伯揆에게 시집가 딸 하나와 아들 둘을 두었으며 신묘년辛卯年(1771) 9월 1일에 세상을 뜨니 나이 마흔셋이었다. 남편의 선산은 아곡鴉谷인바 장차 그곳 경좌庚坐 방향의 묏자리에 장사 지낼 참이었다. 백규는 어진 아내를 잃은 데다 가난하여 살아갈 도리가 없자 어린 자식들과 계집종 하나를 이끌고 솥과 그릇, 상자 따위를 챙겨서 배를 타고 산 골짝으로 들어가려고 상여와 함께 출발하였다. 나는 새벽에 두뭇개의 배에서 그를 전송하고 통곡하다 돌아왔다. 아아! 누님이 시집가던 날 새벽에 얼굴을 단장하시던 일이 마치 엊그제 같다. 나는 그때 막 여덟 살이었는데, 발랑 드러누..

湖心亭看雪(호심정간설) - 张岱 (장대)

崇禎五年十二月, 余往西湖. 大雪三日, 湖中人, 鳥聲俱絶. 是日, 更定矣, 余拏一小舟, 擁毳衣爐火, 獨往湖心亭看雪. 霧淞沆碭, 天與雲, 與山, 與水, 上下一白. 湖上影子, 惟長堤一痕, 湖心亭一点, 與余舟一芥, 舟中人兩三粒而已. 到亭上, 有兩人鋪氈對坐, 一童子燒酒, 爐正沸. 見余大喜, 曰 “湖中焉得更有此人?” 拉余同飮. 余强飮三大白而別. 問其姓氏, 是金陵人客此. 及下船, 舟子喃喃曰 “莫說相公癡, 更有癡似相公者.” 숭정 5년 12월 내가 서호에 머물 때, 큰 눈이 사흘이나 퍼부어 호수에는 사람이고 새고 모두 자취가 끊어졌다. 어둠이 짙어갈 때 나는 작은 거룻배를 집어탔다. 털옷에 화로를 끼고서 홀로 호심정에 가서 눈 구경을 하였다. 눈처럼 변한 서리는 넓고도 대단했다. 하늘은 눈과 산과 물과 어울려 천지가 온..

歸去來辭(귀거래사) - 陶淵明(도연명)

歸去來辭(귀거래사) / 陶淵明(도연명) 歸去來兮 (귀거래혜 ) 자, 이제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고향 산천이 황폐해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지금까지 정신을 육체의 노예로 삼아온 것을 奚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어찌 슬퍼하고 서러워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후회해도 소용이 없음을 알았고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앞으로는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으니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이제사 지금의 생각이 맞고 과거의 행동이 틀린 것임을 알았다. 舟遙遙以輕 (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며 나아가고 ..

그런 길은 없다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간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기를... 운명을 거역해서는 안 되지만 도망쳐서도 안 된다 그대가 운명을 마주하고 나아간다면 운명도 그대를 다정하게 끌어 줄 것이다 멀리 저 밖으로 나가기를 원하면서 그대 민첩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구나 자신에게 충실하라 또 남들에게 충실하라 그러면 이 협소한 곳도 충분히 넓다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 결코 성취하지 못하며 자기 자신에게 명령하지 않는 자 언제까지나 노예일 뿐이다 모든 큰 노력에 끈기를 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