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오후 11시 55분 출발 - 두바이공항 오전 4시 25분 도착
두바이공항 오전 7시 50분 출발 - 마드리드공항 오후 1시 45분 도착
마냥 설렐 것만 같던 나의 첫 유럽 여행.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마드리드에서의, 유럽에서의 첫 날 나는 내내 무덤덤했다. 내가 유럽에 있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아, 본격적인 여행기를 풀어나가기에 앞서, 잠시 떠나기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추가 환전(395유로), 여행자보험 가입, 카메라 여분 배터리 구입 등…
위에 나열한 것들은 모두 출국 당일인 29일 하루 만에 해낸 일들이다. 급하게 처리한 이 모든 일들은 장차 나에게 화근으로 다가오게 된다.
자... 그럼 첫번째 잘못 끼운 단추, 여행자 보험 이야기부터.
이리저리 계산해 본 결과, 현지에서 필요한 만큼 그때 그때 현금을 인출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전액 환전을 해가는 편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섰다. 지난 22일 환전한 1330유로(숙박비 제외하면 약 870유로)가 있었지만, 이 돈으로 한 달을 버티는 것은 조금 빠듯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환전을 더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환전을 위하여 방문한 국민은행. 창구 직원에게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고 싶다고 하니, 환전 우대를 받을 시에는 이중 수혜가 불가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럴리가 없으니 다시 한 번만 확인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보험사 담당자로부터 중복 수혜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제서야 보험 가입이 진행되었다.1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고 만다. 나도 꼼꼼이 확인을 해봤어야 했는데 진이 빠져 대충 확인하고 나왔으니 마냥 창구 직원만 탓할 수도 없다.
그 실수란 대체 무엇인가? 보험 가입 후 별도의 보험 보장범위 안내가 없었으므로 즉각 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세한 사항을 살펴보았어야 했는데 좀 이따 하지 뭐, 하는 게으름이 화근을 키웠다. 보험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을 때는 이미 오후 다섯시 쯤. 은행 업무는 이미 종료된 시점이었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보험 가입 유형이었다. 내가 가입된 유형은 A형, 최소 환전 금액 기준을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고 따라서 보장 범위도 가장 낮은 유형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22일에 1,300유로 이상을 환전했으므로 29일 환전한 금액까지 합치면 C형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지난 영수증도 가져가서 보험 가입 시 함께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창구 직원이 깜빡하고 29일 환전한 금액만을 보험 처리한 것이다. 부랴부랴 보험사에 문의 전화를 했지만 여러 차례의 전화 끝에 얻은 건 그 부분은 은행 쪽의 실수이므로 보험사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 당장 오늘 밤에 출국 해야 하는 사람에게 위임이 안되니 본인이 직접 다음날 영업 시간에 맞춰 보험 처리한 지점에 방문해야 한다니. 어쩔 수 없지,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사실 이것 말고도 그 날 하루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므로 딱 하나만 짚고 넘어가겠다. 출국을 앞두고 환율이 미친듯이 오르는 바람에 면세점 쇼핑을 미뤄왔었다. 가난한 학생 신분에 사치스러운 면세점 쇼핑이라니?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필요로 했던 건 비싼 명품백이 아니라 여행 중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선크림이었다. 당연히 늦은 시간 공항 면세점이 문을 열리가 없었다. 결국 나는 현지 슈퍼마켓에서 선크림을 사게 되었는데 물론 두 번 다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선크림에 얽힌 사연은 바르셀로나 여행기에서 하는 걸로 하고~ 그럼 왜 선크림 이야기만 간단하게 소개하느냐? 나머지는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으므로 그 때 설명하는 편이 나은 듯 하여...
아무튼, 여차저차 해서 공항 도착!
가족들의 배웅은 고맙다 못해 미안하기까지 했다. 내가 뭐 대단한 일을 하러 간다고, 지하철역까지 함께 택시를 타고 가주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공항까지 짐을 짊어지고 배웅을 나와주는 건지. 그것도 이 늦은 시간에. 동생 철규는 배낭을 짊어지고 오면서 누나 이거 계속 매고 다니다가는 골병 날 거라고, 자칫 하다가는 뒤로 넘어지겠다고 걱정을 해주기에, 에이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숙소까지만 짐 들고 이동할거고 숙소도 역에서 금방이야. 하고 웃어보였는데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우습게 봤던 배낭의 무게는 무려 19키로! 나중에도 여러 번 이야기 할 것 같지만 숙소들도 홈페이지에서의 설명과는 다르게 어쩜 하나 같이 그리 멀기만 한지...^^
어쨌든! 수속을 마치고 나니 두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이미 시간은 열시 즈음. 늦은 시간이라 엄마와 동생을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은데, 엄마와 동생은 반대로 늦은 시간에 공항에 혼자 남아 있을 내가 걱정되어 자꾸만 조금만 더 있다 가겠다고 한다. 그래서 기다리는 중 목도 마르고 입도 심심하고 해서 쥬스를 사먹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그 시간 문을 연 몇 안되는 가게 중 하나인 잠바쥬스로 향했다. 우리는 평범한 과일 쥬스를 기대했는데, 우리가 주문한 음료에서는 물약 같은 인공적인(?) 맛만 났다... 대실망......
열시 반 쯤 엄마와 동생을 떠나보내고 이제 정말 혼자 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화장실에 가면서 수위 아저씨에게 캐리어를 맡겼데, 맙소사... 공항 화장실은 각 칸 마다 캐리어를 보관할 수 있게끔 공간이 넓게 설계되어 있었다. 에구 무식^^; 아무튼 볼일까지 마치고 (이때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출국 심사대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여기서 또 실수! 보딩타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게이트에 도착해 건너편 면세점 인도장에서 선그라스를 건네받자 마자 거의 모든 탑승이 완료되어 나도 부리나케 비행기로 몸을 실었다. 남는 시간 동안 혼자 뭐하누, 하던 엄마의 걱정이 무색하게 다행히 심심할 틈도 없이 모든 일들이 나름 바삐 척척척 진행 되었다.
기내에서...
에미레이트는 전에 브라질에 다녀왔을 때 한 번 이용한 적이 있어서 장기 비행에 있어서는 오히려 국적기보다 친근한 항공사다. 오랜만에 다시 타는 에미레이트는 여전히 굿굿 베리굿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살짝 미운털 박히는 일들이 있었으니... 첫째로 처음 항공권을 예매할 때만 하더라도 인천-두바이 구간은 요즘(2012년 5-7월 기준) 대한항공에서 그렇게! 열심히 밀고 있는 바로 그 꿈의 A380이 운행된다고 되어 있었는데, 지난 밤 온라인 체크인을 할 때 다시 보니 A380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보잉기만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내가 그 하고 많은 항공사 중에 아랍에미리트를 괜히 고른 게 아닌데!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서도 A380이 한몫을 톡톡히 했으므로 사실 나는 적잖이 실망을 했었다. 고의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는가. 알고 보니 내가 이용한 그 항공편만 그런 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인천-두바이 구간 전편을 운행 중지했던 모양인가보다. 아무튼... 이게 그 첫번째고. 두번째는 바로 기내식에 있었다.
요즘 같이 해외 여행이 잦은 시대에 기내식에 연연하는 게 촌스럽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이고. 나는 사실 기내식을, 정확히 말하면 에미레이트 기내식을 매우! 좋아한다. 다른 항공사는 장기 비행을 해보지 않은 탓에 다양한 기내식을 맛보지 못해서 잘 모르기도 하지만, 에미레이트 기내식 하나만 놓고 봐도 그냥 딱 내 취향이다. 완전 맛있어! 이렇게! 내가 기내식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내 기내식을 스킵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게 어찌 된 사연인고 하니, 내 옆에는 아 진짜 자꾸 다리 떨고 목베개도 안챙겨와서 자꾸 내 쪽으로 머리 기대고 이러는 진짜 밥 맛 아저씨가 앉아 있었는데, 식사 주문을 할 때도 역시 그 진상의 아우라가 빛을 발했다. 메뉴만 고르는 게 아니라 와인에 뭐에 뭐에 뭐에 끝없이 주문이 이어지니 승무원이 정신이 없었는지 아저씨 것만 잔뜩 챙겨준 후 나를 놓치고 다른 승객 주문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등이었나 팔이었나를 콕콕 찌르고 (익스큐즈미~ 이러니까 못듣길래) 너 나 빠트렸어. 이랬더니 놀라면서 미안하다고 내가 너 준 줄 알았다고 그러면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기다렸지. 옆에 아저씨가 한 상 거하게 차리고 맛있게 쩝쩝거리고 먹는데 그것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굉장한 자극이 되었으므로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내 앞에 이미 서빙되어 있던 사이드 메뉴들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진짜 말그대로 게걸스럽게 우걱우걱. 그러던 차에 승무원 오빠야가 출동! 정확한 대사가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친절한 멘트를 날리며 나에게 제일 먼저 메인 메뉴를 서빙해주었다. 내가 제일 가까운 승객도 아니었는데! 오히려 내가 제일 먼 승객 중의 하나였다. 게다가 다른 승객들에게는 별다른 멘트 없이 메뉴만 서빙해주는데, 나는 사실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아는 배포를 가진 여자. 무지하게 감동해서 우걱우걱 사이드메뉴를 집어삼킬 때 약간 서운했던 그 감정은 온데간데 없이 눈녹듯 사라지고 에미레이트에 대한 무한 애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 이것이 문제의 첫 기내식. 느껴지는가, 그 아수라장이. 메인메뉴 서빙받은 바로 직후에 찍은 사진인데 벌써 빈그릇이 보인다ㄷㄷㄷ
▲ 꽤나 가지런한 두번째 기내식 인증샷과 비교하고 있노라면 정말 저 때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이제 슬슬 지치기 시작한다. 는 개뻥이고. 밥 먹으러 나갈 준비를 해야 해서 여기서 잠깐 세이브의 타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투비 컨티뉴-
예고편 : 두바이 항공 알짜 이용 노하우! 식수대 사용법과 무료 인터넷 사용 방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드리드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또 어떠한 일들이??? 워메 동양사람이 아무도 없어야~ C존이 그 C존이었당께?
옴마야 이건 내 신발이 아닌데??? 아이고 망했다ㅜㅜ
여기가 마드리드야 서울이야? 삼각대 놓고 찍기 부끄러워... 소피아레이나 박물관 도착! 메시 짱팬과의 짧은 인연, 그리고 굶주리는 배...
뭐 대충 이정도?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옴마니반메홈.
- ※ 여기서 소소한 tip! 은행 우대고객 환전 서비스로 받는 보험은 가입일로부터 30일까지 보장이 된다. 따라서 장기 여행자의 경우 보험은 미리 가입하는 것 보다 여행 당일 혹은 그 전날 가입하는 것이 좋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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