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6. 08. 24. 목요일. 흐림 코스 : 정릉 버스종점-성불사-대성능선-형제봉능선-대성문-대남문 문수봉릿지길-승가봉-승가능선-삼천사 인원 : 비활대장외 6명
올해는 비도 억수로 쏟아져 하늘의 눈물이 마를날이 없더니, 서러운 눈물이 마르는가 쉽더니 연일 계속대는 하늘의 이글거림으로 몸과 마음이 축축 늘어진다. 이렇게 찜통 더위로 몸과 마음이 시달림을 당할때, 가끔은 모든 시름을 잊고 멀리 떠나 쉬고 싶다. 멀리 떠난다는 것은 몸이 떠난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떠난다는 것이다. 몸은 마음의 종속물이기 때문이다. 요사이 나는 세속의 번뇌에서 벗어나 녹녹치 않은 세상사를 달래고 싶은 마음으로 달떠있다. 나는 오늘도 산객이 되어 그런 마음에서 산을 찾는다. 오늘도 산정에 올라 파란 하늘에 유유히 흐르는 한 조각 하얀 구름에 세속에 찌든 내마음을 흘려 보내고 싶다. 미상불 복더위에 시달림을 당한 산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며 잠시 백낙천의 소요영을 읊으며 비활의 산행길을 기웃 거린다.
이 몸을 그리워도 말고 또한, 싫어하지도 말아라 이몸은 만겁번뇌의 뿌리거늘 어찌 그리워 하랴 또 이 몸은 허공같은 먼지가 모인 것이니, 그리움도 없고 싫어함도 없어야 비로소 자유로이 노니는 사람이리라 -白居易-
오늘은 오랫만에 무뚝뚝하여 다정다감한 감칠맛이라고 없는 우직한 경상도 사나이 비활대장의 산행에 발길을 같이 하였다. 오늘의 모임장소인 길음역 3번출구에서 143번 버스를 타고 정릉유원지 종착지에서 내려 성불사로 우리 일행은 들머리를 잡았다. 성불사 대웅전을 바라보며 옆모퉁이 길로 들어서면서 대웅전의 풍경을 바라보니, 노산 이은상의 성불사의 밤이 떠오른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성불사의 노래가락에 취하여 대웅전 뜰에 있는 미륵석불님에게 마음속으로 오늘의 우리 산행의 안전을 빌었다. 성불사를 지나 조금오르니 너른 공터가 나온다. 공터까지 오르는 길에 길섶에 피어있는 잡초들의 속삭임과 매미들의 향연이 나를 반긴다. 여기서 우리는 닉소개와 몸풀기 스트레칭을 하였다. 오늘 산행은 대장님 포함 7명의 단촐한 인원이다. 아름산방에서 산행의 정수를 지키며 산행을 리딩하시는 조금은 멋대가리가 없는 비활대장님! 그러나 나는 그의 그러한 맛에 취하여 산길을 따라 왔노라고 일언지하에 단언한다. 산행신청이 76번째로 신청이 되어서 사람이 너무 많아 다른 번개산행을 하려고 하였던 석천님. 석천님은 나하고 갑장이지만 나보다 어려 보이는 동안의 잘생긴 사나이다. 나하고는 두번째 산행을 하는 의리의 사나이 만월님, 내가 오늘 산행에 참석하게된 빌미를 제공하신 분이다. 그리고 3시간 23분의 마라톤 풀코스완주 기록을 보유하신 자모르님. 아아! 하늘이 우리를 사랑하사 안개꽃같은 선녀를 내리셨네! 아름다운 우리들의 선녀 두분은, 오늘산행의 총무이신 진여님과 친구 인화님이다. 이렇게 단촐한 인원이 닉소개를 마치고 비활대장님의 시범으로 몸풀기 시행중 나와 똑같은 트랑고등산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진영님의 제스쳐로 웃음의 바다를 이루며, 충분한 몸풀기를 마치고 대성능선길로 산오름이 시작되었다. 조금오르니 국민대매표소에서 오르는 길과 합친다. 오늘의 산행공지는 초급산행이지만 오늘 산행은 중급으로 진행 되었다.형제봉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지점을 지나, 나는 대성문 1.6km라는 팻말이 보이는 지점에서 대장님의 양해를 얻어 나의 몸상태를 시험하기 위하여 홀로 앞서서 대성문까지 올랐다. 산행속도는 솔지의 4산종주를 염두에 두고 힘차게 올랐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차오르는 숨결의 힘겨움에 발거음이 조금 더디어진다. 한순간의 고비가 있었지만 잠깐 숨고르기를 하고 대성문까지 단숨에 쭈욱 올랐다. 내가 보아도 발걸음이 가뿐하면서 힘차게 오르는 것이다. 요사이 조금 몸만들기 운동을 한것이 주효한것 같다. 산오름을 하는 내내 한줌의 바람도 없다. 날씨는 짐통이다. 땀은 비오듯이 바지가랑이 뚝뚝 떨어진다. 올여름에 구입한 여름바지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바지를 샆펴보니 가을바지를 산 것이다. 영원무역 상표만 믿고 바지의 바람구멍 성김새를 보지않고 사서 입고 산행을한 나의 무지를 들어내는 것이다. 대성문에 올라 숨고르기를 하면서 우리 일행들을 기다려 일행들이 도착하자 잠시 휴식을 취하고 4050길로 대남문까지 올랐다. 한여름의 4050길은 숲속의 그늘로 이어져 서늘하다. 대남문을 걸쳐 문수암위에 있는 바위에서 우리는 진영표 막걸리와 인화표 빨간술로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렸다. 하얀쌀이 동동 떠도는 진한 막걸리에 빨간술을 섞어서 걸치는 술맛은 산행에 지친 산객의 친근한 말동무이다. 막걸리는 진영님이 어제 포천에서 직접 담근 농주를 갖고 오신 것이다. 빨간술은 인화님이 집에서 직접 담근 머루주이다.진영님과 인화님의 오늘 산행에서 여우들이 두분이라 조금 먹거리에 신경을 쓰셨다고 한다. 보현봉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멋들어지게 그리고 우리는 문수봉릿지길로 들어 섰다. 무수봉릿지길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내려오기도 전에 겁에 질려 만월님에게 우회길로 가자고 조르는 인화님! 그러나 내려오는 동안 여유만만하게 내려 오시는 것이 아닌가? 내숭을 떨어도 일급 내숭이다. 이제는 한술 더떠서 진영님은 릿지산행을 하자는 것이 아닌가. 웃음을 머금으며 산길을 걸으니 통천문이다. 이길은 우측옆에 있는 소슬랩길을 오르고 소슬랩을 내려오는 슬랩릿지가 있다. 이렇게 조그만한데서 바위 오름을 서서히 배워야 한다. 그래야 대슬랩에서 여유를 찾을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통천문을 지나니 승가봉이다. 우리는 여기서 승가능선으로 이어지는 일명 해송식당에서 점심을 풀었다. 갖고온 점심을 오손도손 마주앉아 사모바위를 바라보며, 한잔술과 더불어 정담을 나누며 먹는 맛이란 산행의 백미이다. 점심을 마치고 의상능선과 뒤로 멋진 풍경의 백운, 노적봉, 만경대를 감상하며 승가능선으로 삼천리계곡을 찾아 내려왔다. 삼천리골은 오랫동안의 해의 이글거림으로 물이 다 증발되어 소량의 물만 더러 고여 있다. 삼천사 몾미쳐 까지 내려오니 알탕을 하기 좋은 장소가 나온다. 바위밑으로 흘러나오는 시원한물과 깊은곳은 목까지 차는 곳이다. 주위가 바위로 둘러 쌓여 있어서 금상첨화이다. 풍더덩 옷을 입은 체로 들어가니 바로 이곳이 선계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선계에 있는 것이다. 세상사 모든 것을 잊고, 나오로지 이선계에서 영원토록 머물고 싶다. 물속에서 알탕은 석천님, 만월님, 자모르님, 나 이렇게 네사람이하고 대장님과 두분의 여우는 족탕을 하였다. 오늘 자모르님은 인화님의 배낭을 둘러매고 산오름을 하느라고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수고로움에 지면을 빌어 감사함을 다시 전한다. 삼천사에 내려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삼천사 일주문을 나서니 어느덧 나는 진계에서 속계의 세상으로 돌아 왔다. 오늘 진계의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신 비활대장님과 멋지게 뒷마무리를 해주신 진영님 그리고 같이한 산우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산길을 접는다.
2006.08.25.금요일
일체무
문수암 윗바위에 가득히핀 달개비꽃
삼천사 대웅전 풍경 |
'산행일지 > 2006年 산행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각산(노적봉) (0) | 2006.09.05 |
---|---|
솔지의 삼각산종주 (0) | 2006.09.02 |
삼각산(백운대) (0) | 2006.08.18 |
솔지의 여름사냥 (0) | 2006.08.13 |
댓재에서 이기령(백두대간) (0) | 2006.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