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6. 9. 29. 금요일. 맑음
코스 : 백화사입장곤란한길-의상봉휘돌아-가사당암문
-용출.용혈.증취봉-부왕동암문-나월봉
-무명봉-무명길-문수봉릿지길 초입에서 구기매표소로 하산길
인원 : 대장(해송), 총무(양지)외 24명
지난 여름은 정말로 무더운 여름이었다. 한낮에는 작살같이 내리쬐는 태양열에 고개를 들지 못하였고, 한밤중에는 헤어진 님을 그리워 토해내는 사랑의 열병처럼 불어대는 열풍에 몸을 가누지 못하였다.
그러한 여름이 있었기에 이제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에 들녁에는 나락이 여물고, 과일은 단맛을 내며 익어 간다.
산을 덮고 있는 숲은 이제부터 서서히 사랑하는 이에게 알몸을 보여주기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발그스름하게 자신의 볼에 사랑의 물을 들이기 시작한다.
그 사랑의 물들음을 느끼기 위하여 오늘은 나의 연인 삼각산을 찾아서 해송의 산길을 따라 그리운 산객들과 산이 되어 산길을 함께 걸어 보기로 하였다.
불광역에서 우리 일행을 태운 704번 버스는 백화사 입구에 우리를 뿌리고 자신의 갈길을 찾아 내뺀다. 여기소 경로당을 지나자 마자 좌측 너른 공터에서 해송대장의 오늘 산행개요와 닉소개 그리고 몸풀기를 마치니, 불광역에 남아 계시던 타리님이 신디님과 풀빛님을 모시고 오신다.
풀빛님은 오늘 처음 보시는 산우님이시다. 아름산 솔지대장님의 친동생이라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대장님의 동생이라 각별히 신경을 쓴것은 사실이다. 처음으로 대면한 풀빛님은 내가 처음 솔지대장을 본 청순함 그대로 이다.
산길을 떠나면서 대장님이 후미를 찾으신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후미를 스스로 신청하였다. 내가 보기에도 놀라운 발전이다. 스스로 후미를 챙긴다고 하니 말이다.
본격적으로 오르는 의상봉 오름길에 이르러 우리는 해송이 좋아하는 오솔길로 접어 들었다. 접어들자 마자 풍기는 산객들의 배설물과 하얀 휴지들의 널부럼에 앞에 가는 신디님이 역거움을 표시한다.
그러나 어찌할것인가? 산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러운 인체의 생리현상을 어찌 할수가 없지 않은가.
먼저번 여름이 되기전에 산길을 걸었을때는 산객들의 발자욱이 없었는데 이제는 제법 산길의 모습을 갖추려고 있다. 이길도 서서히 산객들에게 알려지는가 보다. 무성한 숲사이로 걷는 산길의 맛은 사람의 발자욱으로 이루어진 산길을 걷는 맛과 조금은 다르다. 아직까지는 자연의 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새로운 산길을 찬아나서는 산객들로 자연이 훼손되는 아픔도 함께 느껴야 하니 아이러니하다고 아니할 수 있는가? 숲속에서 조금 뜸을 들이다 걷다 보니 일행들과 조금 떨어진 나, 신디님, 한살림님, 타리님은 아름을 부르며 우리의 생각과 정반대의 가사당암문길을 올라 용출봉 오름길에서 먼저간 양지님과 산세님, 칼라님, 서울사랑님을 만나 멀리 보이는 노적과 백운, 만경대를 배경삼아 한장의 무르익어가는 가을사진을 찍고 신디님이 특별히 갖고온 군고구마를 먹고 있노라니 가을의 냄새가 우리를 덮고 있다. 군고구마와 같은, 구수한 가을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다.
가을의 산속에 이는 가을바람은 가을타는 산객의 가슴을 흔들어 놓고 있다.
내사랑 삼각산!
얼마나 나를 사랑하기에
삼각산은
부끄러워
가슴에 빠알간 그리움을 수놓고 있다.
용출봉에 오르니 먼저 오른 산우님들이 우리를 반겨 맞이하고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자리는 용출봉에서 용혈봉으로 이동하기 직전에 있는 전망대이다. 예전에 나홀로 산길을 걸을때는 나는 이자리에서 자리를 움직일줄 몰랐다. 삼각산의 진면목을 느낄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의상능선을 걸으시는 풀빛님을 위하여 나는 아름산 가입이래 처음으로 자청하여 한장의 사진을 찍으시라고 권유하였다.
용혈봉과 증취봉을 지나 부왕동암문에 이르러 일명 부왕사지터에서 우리는 산상의 잔치를 벌였다. 이곳은 해송이 의상능선길을 걸을때 주로 이용하는 일명 해송식당이기도 하다. 아래에는 샘물이 흐르고 넓은 공터와 한아름 단풍나무 그늘에서 잠시 산길의 여정을 풀기에는 안성맞춤인 자리이다.
이곳은 앞으로 시월 십일 전후에는 아름답게 물들은 단풍으로 우리의 마음을 빨갛게 그리움으로 물들일 것이다.
내옆에는 양지님과 바위돌님이, 그리고 앞에는 신디님이 많은 먹거리를 준비해와 그들의 마련한 찬과 한잔의 막걸리와 복분자주, 황주를 걸치니 나의 마음은 어느덧 두둥실 창공을 흐르는 흰돛단배를 타고 선계의 세상을 노닐고 있다.
그런데 느닺없이 막걸리를 점잖게 드시던 해송대장이 앞으로 나더러 삼각산 산행 번개를 치라고 하신다. 솔직히 나는 산행에 있어서, 남의 앞에 나서서 리딩을 한적이 없는 두려움에 반길수 없는 해송의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의 직업 특성상 아름산방의 산행공지에 참여를 할수없는 시간이 비일비재 하였던것도 사실이다.
내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수 있는 시간에, 산을 아는 산방의 산객과 같이 산길을 걸을수 있는 매력도 간과를 할 수 없는것도 사실이다.
산길을 안내하는 산행도우미 산행대장과 번개대장의 봉사 정신에 많은 도움을 받고 산행을 한것도 사실이다. 그자리는 봉사하는 자리이다.
나는 가타부타 아무말도 안했지만 뒷풀이에서 반은 승낙을 하였으니 걱정이 앞을 가리는것도 사실이다. 이왕에 할바에는 멋진 산행을 하고 싶다.
식후에 펼쳐지는 해송의 노래와 신디님의 어깨춤을 곁드린 오후의 여흥을 즐기며 가파른 봉우리를 오르니 나월봉이다. 나월봉은 의상능선에서 릿지를 즐길수 있는 멋진 봉우리이다.
이곳을 내려오니 허물어진 성곽을 넘어 무명봉을 오르는 무명길이다. 무명봉에서 바라보는 의상능선과 바로 앞의 716봉의 절벽의 모습, 문수봉과 보현봉의 자태, 멀리 남쪽의 사모바위와 비봉, 관봉 그리고 응봉능선의 경관을 바라보니, 산아래서 불어오는 바람에 일종의 선정적 매력을 풍기는 한폭의 동양화와 같다.
무명봉에서는 의상능선을 배경으로 타라님 특유의 액션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무명봉을 내려오면서 느끼는 감회다. 올 1월12일에 처음으로 나홀로 삼각산을 걸었는데 그길이 무명길이다. 추위속에서 무명길 오름직전 푹파인 계곡에서 추위에 얼은 손을 녹이며 점심을 먹던 그모습이 내가 보기에도 처량하여 카페가입을 결심하게 된 동기였다.
그리고 아름산방에 처음가입하여 1월27일 해송대장과 처음으로 산길을 걸은것도 무명길이다. 그리고 6월19일 무명길을 걸으면서 산방의 우수회원이 되었으며, 우수회원이 되고 7월6일 처음으로 산행을 한것도 무명길이다. 그리고 오늘 산방 번개대장 제의를 받은것도 무명길이다.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더니 삼각산의 무명길은 나에게 있어서는 산행의 한페이지를 작성하는것 같다.
아! 진정으로 나도 아름산방의 산객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산을 자주 찾는 사람들을 산객이라고 부른다. 산객은 산을 오르기 보다는 산에 들어가 산이 되어가는 사람이다.산객은 산아래 마을에 있을때는 산이 그리워 산을 올라, 산아래를 바라보면 산아래 마을이 생각이 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언제나 진정한 산객이 될것인가? 나 또한 그러한 산객이 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한다면 싱거운 사람이라고 남들이 부를 것이다.
사람들은 말을 한다. 산이 있기에 산을 오른다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산을 오른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 욕구를 좀처럼 잠재울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명길을 내려와 문수봉릿지길 오름 들머리에서 철조망을 넘으며 걸으니 바로 구기매표소로 가는 길이다. 꺽어지는 바로 그길에 있는 바위쉼터에서 몇일전 5산종주때 그 험난한 칠흑속의 깔닥고개를 내려와 서울의 야경을 벗삼아 한숨을 돌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나는 다음과 같이 읊조렸다.
저달을 이며 산길을 걷는
벗들도 언젠가는 떠나고
나도 떠날 사람이라
벗들이여!
오늘이 지나면
이 몸을 그리워도 말고
또한, 싫어하지도 마라.
모든것은 우주와 지구가 둥글듯이 돌고도는 것이다. 그저 자연의 섭리에 둥굴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웅장한 바위가 우리를 반겨 맞이해 준다. 우리는 그바위에 올라 잠시 세속의 번뇌를 벗긴다.
애니님의 고운 소프라노의 노래 소리와 바위돌님의 내남자를 끝으로 오늘의 산행의 피로를 날리며 내려오니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는 승가사 오름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선계의 뜰에서 여유자적하며 노닐고 있었다.
오늘도 삼각산의 구석구석을 거닐게 해주신 해송대장님께 고마운 말씀을 전하며, 아름다운 산길을 같아한 산우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백낙천의 다음의 글로 님들과 헤어짐을 서러워 합니다.
그대와 만나니 꿈인가 생시인가?
잔을 주고 받아 즐겁기야 즐거워도
멀잖아 이것도 또한 꿈이 될까 서러워......
2006. 09. 29. 금요일.
일 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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