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맞이하며 갑오년의 붉은 해가 겨울 하늘을 붉게 물들인 지가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유월의 장미가 담장을 빨갛게 물 들이고 있습니다. 어디 해 오름이 한 두어 번인가요. 해야 뜨건 말건 세월은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고 있지요. 또한,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세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담장 너머 꽃들은 어떠한가요.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지요. 그것도 아주 잠깐이지요. 그렇습니다. 담장 너머 저쪽의 삶은 어떨까? 호기심을 갖고 경원선 신탄리역에 임명장을 내밀며 역무실 문을 들어선 지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으로부터 서른한 해 전의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꿈결같이 흘렀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세월이지요. 여러모로 부족한 저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