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시절/원당역

정년퇴임 -1

一切無 2014. 7. 4. 22:37

 

정년을 맞이하며

 

 

 

 

 

 

갑오년의 붉은 해가 겨울 하늘을 붉게 물들인 지가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유월의 장미가 담장을 빨갛게 물 들이고 있습니다.

어디 해 오름이 한 두어 번인가요. 해야 뜨건 말건 세월은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고 있지요. 또한,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세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담장 너머 꽃들은 어떠한가요.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지요. 그것도 아주 잠깐이지요.

그렇습니다. 담장 너머 저쪽의 삶은 어떨까? 호기심을 갖고 경원선 신탄리역에 임명장을 내밀며 역무실 문을 들어선 지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으로부터 서른한 해 전의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꿈결같이 흘렀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세월이지요. 여러모로 부족한 저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던 철도. 이제는 그곳을 떠나 새로운 담장 너머의 세계로 간다니,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이것은 무슨 조화입니까? 있을 때 잘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한 회한이 나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저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으시더라도 떠나는 자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시고, 저 또한 용서를 빕니다.

철도의 첫발을 내디딘 신탄리역(1984.02.15.~1984.11.16)9개월의 짧은 생활이었지만 그곳은 언제나 포근한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그때 함께 근무한 최성열 군이 이번에 서울본부에서 같이 퇴직한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짧은 신탄리역 생활을 마치고 창동역(1984.11.17.~1986.10.15.),

청량리역(1986.10.16.~1989.12.08.), 구로열차사무소(1989.12.09.~1997.12.28),

오산역(1997.12.29.~1999.03.28.), 화정역(1999.03.29.~2001.12.29.),

백석역(2001.12.30.~2003.04.09.), 용산역(2003.04.10.~2005.03.31.),

서울역(2005.04.01.~2006.03.31.), 수색역(2006.04.01.~2011.01.02.),

가좌역(2011.01.03.~2012.08.19.), 원당역(2012.08.20~2014.06.30)으로

전근을 와서 올 유월에 철도를 떠납니다. 그러고 보니 퇴임할 때까지 열두 번 자리를 옮겨 다녔네요.

 

어쩌면 제가 그동안 아무 탈 없이 철도를 떠나는 것은 지금까지 함께 한 선배, 동료, 후배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동고동락을 함께한 선배님, 동료, 후배들에게 사랑을 받기만 하고 베풀지 못하고 떠나서 미안하고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또한, 주신 정에 대해서는 황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 정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근무한 원당역 식구들과 함께 보낸 22개월은 어찌 그리도 짧은지요. “정태삼 역장님, 천홍영 부역장님, 진혜경 과장님, 한미희 과장님, 이지숙 대리님다섯 분의 정겨운 이름을 부르며 정든 철도의 문을 나섭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세요.”

 

 

 

                                                                                                            

                                                                                                               2014. 06. 01 

                                                                                                               박노진 배상

 

 

 

 

 ↘   6/5. 수요일 원당역에서 마지막 근무(일근)를 하고, 원당역 3번 출구에서 자비정사로 올라와 어울림 

     토속 집에서 송별식. (선물로 : 매트로 반지갑, 케이크, 한우리산악회 감사패, 꽃다발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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