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지/2007年 산행일지

용출봉 능선

一切無 2007. 6. 8. 23:02

일시 : 2007. 6. 8. 금요일. 흐린후 맑음

인원 : (대장:일체무, 총무:유리)

         쟈니, 그사람, 단애, 토끼토끼, 아장, 효원, 클릭, 영희,

         한밤별빛, 현곡 

코스 : -북한산성 통제소

         -대서문

         -의상봉

         -가사당암문

         -용출봉

         -킹콩바위

         -다시올라 샛길(마당바위)

         -삼천사

         -삼천사 통제소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바삐 흘러 바다로 가면 다시 오지 못하는 것을

 

             또한, 보지 못하였는가

 

             고당의 거울에 비친 백발의 슬픔을 

 

             아침에 검던 머리가 저녁에 희어졌다네 

 

             인생이란 기쁨이 있을 때 마음껏 즐겨야지

 

             금잔에 헛되이 달빛만 채우지 말지니라

 

                                           -장진주(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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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봉(일체무 대장님) 산행-- 노래 못해서 쓰는 후기
글쓴이 : 한밤별빛

세 번째 산행이다. 이겨 낼 만큼 힘들고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여유있는 산행이라 좋다. 의상능선은 여러번 타 봤지만 오늘 간 길은 처음이다. 산성매표소에서 성곽을 밟고 의상봉, 용출봉에 올라 삼천사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이 코스면 으례 부왕동 암문으로 하산하여 삼천사 계곡길을 타게 마련이지만 오늘은 용출봉 아래의 이름모를 봉우리에 올라 여흥을 즐기고 용출봉의 가파른 옆댕이를 치고 삼천사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다. 옛날 성을 쌓던 인부들은 배불러 먹지도 못하고 무거운 돌을 지고 올랐을 길인데 빈몸으로 나들이 하는 입장에서 힘들다는 말은 사치다. 역사고적을 볼 때마다 그것을 만든 인부들의 땀과 눈물을 상기하곤 한다. 적과 대치한 상태에서 이 길을 오른다면 얼마의 속도로 올라야 군기 빠졌다는 소리 듣지 않을까?

 

하산길.. 용출봉에서 점심먹을 자리를 찾아 보왕동 암문 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길도 아닌 곳으로 내려간다. 용출봉 아래 보이던 봉우리 자락에 자리를 펴고 점심, 리사이틀 판을 벌이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오지만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대장님은 출발한다. 기어이 그 봉우리 정상에서 노래판은 벌어진다. 여흥의 주동자는 유리님이고 동조자는 효원님, 그리고 그 일당으로 보이는 10여명의 추종세력이 있었다. 나는 객으로서 자리를 지키려고 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

 

이 몸은 음정도 박자도 모르고 가사도 모르니,, 노래를 들으면서도 어디쯤에서 박수를 쳐야 할지도 모르는 백치상태라 노래마당이 반가울 리 없다. 슬쩍 도망갔지만 이내 붙들려 왔고 노래강요에 성추행을 감수하면서 거절했다. 첫사랑이라도 고백하라고 하지만 여복이 지지리도 없는 인생이라 자랑할 만한  사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슴시린 추억도 없어 결국 노래 대신, 첫사랑 이야기 대신  후기글을 쓰기로 약속했다. 그 강요된 약속에 따라 졸필을 또 꺼적거린다.   

 

후기 약속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전번 유끼에 대장님의 불암산 노래마당처럼 서너시간 갈 줄 알았던 여흥자리는 나  다음 가수를 마지막으로 끝이다. 대장님이 털고 일어난다. 너무 성급하게 후기약속을 해버린 듯하다. 그래도 혼자 하산하지 않으니 얼마나 좋아...

가파른 하산길 끝에 스무명은 둘러 앉을 만한 평편한 바위가 있다. 그 자리를 놓칠 리가 없다. 또 둘러 앉아 노래가 나오고 머리 꼭지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돌리고~ 돌리~고...노래말은 돌린다지만 실은 자기가 돌아간다. 술이 부족한 탓인지 처음 시작할 때의 기상은 금새 사그라 들고 이내 하산길로 접어든다. 음주가무 여흥에 대하여 한 명이라도 반대하고 딴지걸면 안 한다고 하던데, 일체무 대장님이 먼저 서둘로 하산길로 접어든다. 곧 삼천사에 닿는다.

 

우리 민족이 옛날부터 음주가무를 즐겼고 이런저런 제천행사며 축제가 많았다고 한다. 그 전통을 아띠산방에 와서 다시 확인했다. 산행 후에는 곡주 한 잔 들어가고 그러면 흥이 넘치고 끼가 있는 사람 중심으로 판이 벌어진다. 물론 얼굴 찌푸리는 행인은 없다. 행인이 없는 곳을 기막히게 고르는 까닭이다.

 

이것이 아띠 산방의 문화콘텐츠다. 이 문화는 계승 발전시켜 나가 민족중흥까지 일궈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처럼 음주가무와 거리가 너무나 먼 사람은 어쩌나..매번 후기글로 모면 할 수도 없고... 강요되지 않은 음주가무, 자발적인 흥을 나누는 것이면 보는 사람도 즐겁다. 음주가무에 숙맥인 사람이 빠져나갈 구멍도 한번 배려해 주시길 바란다.

 

오늘 새로운 산길, 새로운 사람을 알았다. 가뿐한 산행이지만 기분 좋은 피로가 몰려온다. 따스한 물에 샤워하고 침대에 큰대자로 누우니 세상이 다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저녁은 내가 해야 한다. 그래서 뒷풀이 참석을 망설였지만 결국 그냥 왔다. 죄송합니다.)

 

성격상 처음 보는 사람과 활달하게 대화도 못하고 음주도 못하니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알뜰히 챙겨주시고 말이라도 한 번 걸어주니 유쾌한, 기분좋은 산행을 했다. 빨리 이방인의 느낌을 떨쳐 버리고 주인으로 거듭나는 때가 왔으면 한다. 조금씩 아띠산방에 녹아 드는 나를 느낀다. 흠뻑 빠질 그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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