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지/2006年 산행일지

의상봉에서 형제봉

一切無 2006. 5. 7. 18:20

일시 : 2006.05.08(월요일).맑음

코스 : 여기소-백화사매표소옆길(10:35)-의상봉-용출봉-용현봉-중취봉

           나월봉-나한봉-문수봉-대서문-형제봉-형제봉매표소(16:10)

인원 : 해송대장외12명

 

바람이 분다.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오월의 바람이 분다. 바람에 구름 가듯이 봄날은 가고, 계절의 여왕 오월이 왔다. 오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성숙한 여인의 내음처럼 푸르른 잎들의 풀내음이 뭉클 내코를 스친다. 오늘도 햇살과 바람, 흙냄새와 꽃향기에 취하여 산길을 찾는다. 

"하늘 아래 그무엇이 높다하리오. 부모님의 은혜는 가이 없어라." 아침 일찍이 학교에 가는 아들이 꽃아준 카아네이션에서 들리는 노래이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오늘 같이 쉬는날 부모님을 찾아 뵈어 꽃한송이 달아드리고 밥한끼 같이 하여야 하는데, 산바람에 취하여 그러지를 못했다. 전화로만 문안을 드리고 다음에 뵙는다는 말씀만 드리고 말이다.

사랑은 치사랑보다 내리사랑이라고 하는 말이 틀리지 않는가 보다. 세월의 흐름에 실려 나 또한 이제는 속물이 되어 가고 있음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길이 없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아침 일찍이 아들네미 기숙사짐을 챙겨 학교까지 바래다 주려고 구기터널가는 불광사거리에서 바라보는 보현봉이 아침햇살을 머금고 찬연히 빛나고 있다. 아! 아름다운 보현봉이여! 잠시만 기다려라. 조금 있다가 너를 보듬어 주려고 가마! 아름답다는 것은 내거답다는 말과 같다. 나의 것을 보기 위하여 가는 산행, 이제는 나도 예술적인 산행을 하여야 한다. 아름다움이 묻어 오는 산행. 언제나 그런 경지에 도달할지 나도 모른다. 앞일을 알수 없는 것이 인생사가 아닌가? 그저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를 나자신에게 염원할 수 밖에 없다.

집에 도착하여 배낭을 매고 약속장소인 불광역 2번출구 밖으로 갔다. 먼저오신 해송대장과 반가운 수인사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해송대장 번개산행에 참석하는 것이다. 끝으로 풍요님이 오셔서 704번 버스를 타고 백화사 입구에서 내렸다. 조금 가다 오솔길로 접어 들어 적당한 공터가 나와 닉소개와 간단한 몸풀기를 마치고 의상봉을 향했다. 그런데 백화사매표소로 발길을 향하지 않고 입장곤란한길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아! 이곳에도 이런 구멍이 있구나. 버처님오신날 기자촌매표소에서도 아들과 같이 입장 곤란한 길을 걸었다. 가끔은 이런 잔재미도 느끼는 것도 괜찮은것 같다. "오늘은 중급산행입니다. 중급아닌분 없죠?"하면서 몸풀기를 마치고 계속 산길을 차고 오르는 대장님. 어제 백두대간길을 종주하고도 체력이 버티어 주는 것이 의아할 뿐이다. 산의 아름다움을 전할수 있는 진정한 산사나이의 체취를 느낀다.

의상봉 오름코스는 가파른길이다. 쌍토끼모양바위까지 밍키님과 나는 계속 오르고 나는 너른바위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밍키님은 꼭대기로 홀로 오른다. 시간이 지체되어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물어 보니까.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조금 있으니까 해송대장님의 모습이 보인다. 남우 두분과 여우 한분이 폭탄이 되어 그들과 같이 오르느라고 일행들이 늦은 것이다. 폭탄을 터트리는 본인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산길의 오름막길은 언제나 숨이 차다. 차오르는 숨과의 치열한 싸움이 산오름이다.

여기서 기념사진들을 찍고 다시 봉우리를 향해 발을 움직인다. 힘들게 의상봉에 오르니 의상봉에서 바라보는 삼각산은 초록의 물결이다. 시원한 수박을 싸오신 누룽지님의 수박 건넴에 갈증이 싹가셔 가슴까지 시원하다. 한조각의 수박으로 몸과 마음은 시원함을 느낀다. 누릉지1님 잘먹었습니다. 하늘은 어제 같지는 않지만 파랗다. 이정도의 시게를 보기도 좀처럼 흔한 일은 아니다. 흰구름은 두등실두등실 바람에 떠다니며 유희를 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강화도까지 보인다. 북쪽으로도 겹이겹이 산줄기의 모습을 드리우고 있다.

청솔에 둘러싸여 핀, 연분홍 철쭉꽃. 여린가슴으로 말없이 나를 반기고 있다. 꽃들은  열정과 인고의 시간에 의하여 꽃망울을 터트린다. 나를 보아다오. 나를 반겨주렴. 꽃은 엄밀히 말하면 여자의 성기에 해당한다. 자신의 종족 보존을 의하여 화사하게 꼬시기를 하는 것이다. 고운꽃들은 졌다가 내년에 다시 필 것이다.  

정상에 이는 싱그러운 바람에 나의 몸을 잠시 맡겨 본다. 맞은편 원효.염초능선의 모습이 깔끔하게 자태를 보여 주고 있다. 백운.만경.노적봉의 웅장한 자태에 나는 말없이 바라 본다. 말이 필요 없다. 자연의 경외에 숙연해질 뿐이다.  

바람은 구름을 밀어 삼각산 한복판에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 초록바다에 드리운 그림자의 모습을 보며 산의 웅장함에 또다시 마음은 숙연해 진다.

부왕동암문에 이르러 폭탄조 두분에게 은밀히 하산을 권유하는 대장님의 말에 두분은 의기충천하여 같이 산행을 한다고 한다. 용출봉을 지나 의상능선길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증취봉에서 다시 한번 삼각산을 음미하고 나월봉을 향하다 보니 강아지바위가 보인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하더니, 예전에는 보지도 못하고 지나친 강아지 바위의 모습이 이채롭다. 아름산방에 가입하고 많은 것들을 배운다.

부왕사지샘터 부근에 이르러 점심보따리를 풀었다. 점심과 어울려 한잔의 술을 걸쳤다. 비록 작은 술이지만 술은 말없이 우리의 마음을 전한다. 그래서 술은 너와 나의 입마춤이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오르는 나월봉의 올막길에 한번 속도를 내본다. 밍키님.옥룡님이 자리를 같이 한다. 나보다 한살,두살 연배이신 여성분들이 산행격력이 많아서 이신지 힘이 있다. 홈통바윗길까지 내쳐 홈통너럭바위에서 잠시 쉬면서 오월의 햇살을 받는다. 동쪽으로  겹겹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바라본다. 정말로 멋진날이다. 이것을 만끽하려고 오늘 산을 찾은 것이다.

일행들이 와서 나월봉능선 암릉길을 올랐다. 나한봉을 걸쳐 716봉에 바라보는 의상능선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 온다. 문수봉에 오르고 내려 문수암 윗봉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왕초보님이 싸오신 냉막걸리를 마시니 갈증이 싹가신다. 왕초보님 고맙습니다.

 

탁주를 일러 현인과 같다고 했으니

성현을 이미 마신후에 신선을 만나 무엇하리오.

한말술에 자연과 하나 되나니

취하고 취하여 얻는 줄거움을

깨어있는 이에게 전하지 말라.

             -이 백-

대서문을 지나 형제봉능선길로 발길을 향했다. 이능선길은 나로서는 처음 가는 산길이다. 오늘 산행을 택한것도 처음가는 이길 때문이다. 물론 푸루른 비개인 하늘 때문이지만..내림길에 있는  샘터에서 마시는 한잔의 물은 어제 잠못이룸으로  나의 혼탁한 마음과 정신을 각성 시켜 준다.

배낭을 한쪽 어깨에 걸치면서 탁배기같은 목소리로 재담을 내뱉는 강사이님의 모습을 보니 꼭 불량소녀 논다니를 보는것 같다. 체력도 좋고 성격이 활달하다. 아아! 그래 오늘 산길을 걸으면서 나는 남도 특유의 노래가락 육자배기를 들었던 것이다.

형제봉 전망대에서 전경을 감상하고 형제 매표소쪽으로 내려와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서서히 다가오는 발목시림을 느끼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는 싱그러운 바람에 유유자적하는 구름배가 있다. 그 빈배에 나를 실어 본다. 이 세상에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데 무엇에 집착을 그리 하는가. 짐을 내려 놓고 쉬어라. 산은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