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6. 5. 2.(화요일). 맑음
코스 : 솔고개(10:25)-1전망대(10:45)-육모정(12:15)-영봉(12:50)
-점심(12:55~13:25)-용암문(14:40)-대남문(15:35)
-문수봉(15:45~16:00)-관봉(16:40~55)-족두리봉(17:35~45)
-독바위 정진매표소(18:05)
인원 : 홀로아리랑
따스한 바람이 불어 봄인가 반겼더니 올 듯 말 듯 봄이라 해놓고, 봄은 얄밉게 이렇게 간다. 가는 봄의 바람을 그지 막을 필요는 없다. 꽃은 해마다 피고 진다. 꽃이야 피고 지건 봄은 아무것도 모른다. 계절의 반복에 의하여 봄은 왔다가 갈 뿐이다.
오늘은 홀로 삼각산 종주를 한다. 요사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는 지끈거리고, 목은 푹 잠겼다. 옆지기는 아들네미 여권이나 신청하라고 성화를 부린다. 그 일은 아직 시간이 있어서 설득을 하고 배낭을 매고 연신내역으로 나섰다. 약18분 걸어서 연신내역에 도착하여 구파발역에 내려 704번 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등산객으로 만원이다. 그러나 효자비에 이르러니 등산객은 나홀로 이다. 솔고개에서 내려 상장능선을 타기 시작하였다.
산을 오르는 이도 나홀로이다. 사위는 적막 강산이다. 산을 오르는데 까투리와 장끼가 숲속에서 푸드덕 거리며 한가로이 놀고 있다. 사진을 찍을까 했으나 이내 그만 두었다. 자연의 삶에 역행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1전망대 까지 계속 오르막길이다. 숨은 차오르고 몸은 무겁다. 감기몸살기 때문이다. 괜히 산에 왔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왕 왔으니 포기할 수는 없다. 누구 와의 약속도 아니고 나 자신과의 약속이 아닌가. 약속은 이행하려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 이것은 나의 화두이다.
상장능선길은 올 2월에 민희대장을 따라서 왔다. 그때는 능선길에 있는 릿지도 겸했으나 오늘은 우회길을 따라 걷기로 맘을 굳혔다. 릿지는 아직 서툴르고 오늘의 주목적은 삼각산 종주이기 때문이다.
상장 3봉에서 우회길을 잘못 들어 다시 내려와 우회를 하였다. 예전에 상장4봉에서 로프의 도움없이 내려오기 곤란한 길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상장5봉에서 바라보니 다른 길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상장능선길을 걷는 인원은 별로 없다. 남녀4인의 릿지를 줄기는 팀과 사기막골에서 올라온 단체팀이 있을 뿐이다. 릿지팀과 단체팀은 지체가 되어 나홀로 길을 걷는다.
육모정까지 가는 길은 나홀로 이다. 반대편 육모정에서 올라온 중년의 남성을 빼고는 인적이 없다. 숲은 연노랑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바람은 세차게 분다. 숲은 바람의하여 춤을 춘다. 육모정오름길 첫언덕에서 바라보는 도봉의 정경과 내가 지나온 상장능선을 바라보니 이것도 세월의 흐름에 의하여 벌써 과거과 되어 버렸다. 헬리박터에서 바라보는 꼬기리바위는 시계가 좋아 뚜렷하게 보인다. 영봉에 오르기 직전에 지나는 등산객을 기다려 도봉과 만경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영봉에 이르러니 남녀 두분이 점심을 먹으면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을 바라보니 술생각이 간절히 떠오른다. 오늘은 일부러 술을 챙기지 않았다. 몸상태도 좋지 않지만 술을 먹으면 중도에 포기하고 말을것 같기 때문이다. 영봉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하루재를 걸쳐 백운산장에 도착하여 우물에서 길은 시원한 물로 목을 젹시니 마음까지 시원해 진다.
백운산장에서 만경대낭만길로 발길을 돌렸다. 낭만길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족두리봉과 인수봉. 호랑이가 두꺼비를 엎은 바위, 그리고 도선사에서 들려오는 염불소리에 잠시 사색에 잠겨 본다.
산이 곧 나요. 내가 곧 산이라! 본래의 산도 산이 아니라. 사람에 의하여 산이라 일컬어 지지 않았는가.낭만길을 걸으면서 옛선인들은 이길을 걸으면서 무슨 사유를 하면서 걸었을까? 내내 그생각에 취하여 걷다보니 출입금지(생태계 보호)팻말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아! 이것을 보고 나홀로 꿈길을 걸었다고 표현하여야 한다. 산에게는 미안하지만 홀로 좋은 길을 독차지하고 걸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뿌듯하다. 미안하오! 낭만길이여. 내욕심에 너무 무거운 짐을 심겨준 나를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
동장대를 지나 전망성곽에서 바라본 노적봉, 만경대, 인수봉의 자태가 성곽의 띠와 어울려져 한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대남문을 걸쳐 문수봉에 이르러 잠시 휴식에 취하여 본다. 보현봉에는 진달래가 화들짝 피어 있다. 남산쪽과 서부쪽의 서울시내 풍광이 또렷하게 보인다. 문수봉에서는 릿지길로 내려와 승가봉으로 발길을 향했다. 연하문을 지나 비봉과 향로봉사이 있는 전망봉에서 삼각산의 풍광을 감상하고 향로봉을 바라보니 역시 운치가 좋다.
독바위(족두리봉)을 가기 위하여 향로봉 우회길을 걸어 내려 갔다. 족두리봉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댄다. 사진을 찍다 보니 그림자가 사진을 찍고 있지 않은가. 나홀로 산행을 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어둠과 밝음의 조화를 몰랐던 것이다.
오늘의 산행은 이것으로 끝이다. 매표소 까지는 내리막길이고 그리 멀지가 않다.
바람은 산등성이를 밀어
땀에 젖은 나를 시원하게 젖셔 주더니
흰구름을 한가롭게 떠보낸다.
내려오는 산길에는 산쩔쭉이 흐트러지게 피었다. 바람에 꽃이 춤을 춘다.
애교가 철철 넘치는 꽃이다.아무래도 올 봄에는 꽃밭에 넘어 질것만 같다.
오늘의 날머리 독바위 정진 매표소에 도착하니 18:05분이다. 장장 7시간40분의 오늘의 산행을 마친 것이다.
산에서 내려와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추겼다. 오늘의 나의 연인 삼각산에게 한말의 술을 주마. 부끄러워 하지 말게나. 사나이 일체무가 나의 연인에게 가슴속 깊이 간직한 마음의 잔을 주는 것이니 사양하지 말고 받게나.
내잔에 그대 가슴에 부는 풍경을 울리며... 자네 나를 앞으로 사랑하게나!
나 또한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리라. 내사랑! 삼각산에게 한잔의 술을 올리며서...
오늘의 산행 코스
솔고개 정류소
들머리 솔고개 마을입구
아름다운 삼각산의 위용
상장5봉에서 바라본 상장4봉
5봉과 도봉의 전경
꼬끼리바위
만경대 낭만길에 있는 바위(바위이름을 모름)
대남문의 단청과 성벽 그리고 진달래의 어우러짐
관봉에서 바라본 백운대,만경대,노적봉,의상봉능선의 전경
족두리봉 정상에 비친 나의모습
오늘산행의 날머리 정진매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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