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여기는 모두 네가 오가던 길인데(제망아문)-김창협(1651-1708)
때는 경진년(1700)11월기축 24일 임자에 망자 숭겸의 관을 양주에 새로잡은 언덕을 향하여 발인 하려고 한다.
이에 이틀전 경술에 노부는 눈물을 흘리며 글을짓고 약간의 술과 음식을 갖추어 차려놓고 영결 하려고 한다.
아아,숭겸아 너는 지금 어디로 가려느냐? 성문을 나서 동쪽으로 30리를 가면 중냉포와 망우령과 왕숙탄과 북두천이 차례로 나오는데,
이곳은 모두 네가 일찍이 나귀를 타고 오가던 곳인데,지금 어찌하여 관에누워 이 길을 가려는 것이냐?
삼주의 집둘레 몇리에 걸쳐있는 서골암과 난가대와 금대산과 판사정은 모두 네가 일찍이 시를 읊조리며 먼 풍경을 바라보던 곳인데,이제 무슨일로 관에누워 그 사이에 머무르려 하는 것이냐?
6월말에 네 어미가 서울에 들어 왔을때,너와 여러 누이들이 뒤를 따랐는데,20일이 못되어 오군에게 시집간 딸이 갑자기 죽어,나와 네가 함께 광주 선영으로 떠나는 장례 행렬을 전송 했었다.
그런데 백일이 못되어 네가 죽어 늙은 아비로 하여금 관을 쓸어 안으며 장례 행렬을 배웅하게 하는구나.
아아,화액의 잔혹함과 인사의 일정치 않음이 어찌 이다지도 심하단 말이냐?너는 아들이 없이 죽었으니 내가 죽은뒤의 일도 알수 있을 것이다.
그저 아비와 아들을 한곳에 묻어 백세 뒤에라도 체백이 서로 의지하게 하는것이 큰 소원 이란다.
그러나 선산에는 더 묻을 여지가 없어 포기하고 멀리서 구해도 얻지를 못했는데,이제 다행히 봉두산 기슭에 위 아래 두 구덩이를 팔수 있는 언덕을 얻었는데,풍수인들은 모두 좋다고 하는구나.
이제 너를 아래 구덩이에 묻고그 위는 내자리를 삼으련다.여기서 부터 석실,설곡등 여러 할아버지 무덤과 삼주의 우리집 까지는 불과 몇리에 지나지 않는다.
너는 이것으로 위안을 삼고 외로움을 달래지 않으려느냐?
아아,숭겸아,끝났구나 이제 끝이로구나! 재주가 많으면 봉록이 적고 머리가 너무 좋으면 성취가 짧다고 했으니,
이러한 한을 품은 사람이 세상에 어찌 없겠냐마는 너처럼 애달픈 사연은 영원토록 세상에 드물 것이다.
뛰어난 자질,여특한 기운,정학한 앎과 먼 뜻중 하나도 보지 못하고 땅깊이 묻혀 세속의 바보같은 사람들과 함께 사라지게 되는구나.
옛날의 재인 지사들은 혹 그재주를 쓰지 못하고 죽기도 하니,기대어 썩지않는 바가 있으니 바로 저술로 뒤에 전하는 것일 뿐이다.
너의 문장은 공부를 오래하지 않앗지만 굳건하고 드센 기격으로 옛사람을 따라 잡을만 했으니,다 흩어지고도 3,4백 편이나 남아 있구나.
하지만 세상에는 안목을 갖춘이가 없으니 대부분 나이나 지위를 가지고 글의 경중을 메긴단다.
너는 벼슬을 하지 않은채 약관의 나이에 죽었으니 그 시들을 기록해 두더라도 누가 전한단 말이냐.
또 가령 후세에 전해진다 하여도 후세 사람들이 자안(당의 시인) 왕발,장길(당의 시인 이하)의 무리와 한 예로 보는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는 너의 존재가 끝내 천년 뒤에 드러나지 않게 되는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느냐,어찌 슬프지 않겠느냐!
나는 딸을 잃은 뒤로 정신은 모두 나가고 질병이 더욱 깊어졌는데,또 너를 곡하게 되니 멍한것이 멍하여 바보 또는 미친놈과 같아서 다시는 살아있는 사람의 의식을 갖지 못하겠다.
이제 또 이군에게 시집간 딸의 병이 날로 더해 거의 죽게되어 아침 저녁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는 지경이니 마음이 목석이 아닌들 어떻게 이를 감당 하겠느냐?
이에 다시 너를 보내는데 말은 뜻을 다 표현하지 못하니 너는 서운해 하지말고 내 술을 한잔 받아라 .아아 슬프다.아아 슬프다.흠향 하거라.
말을 뉘우침 李奎報 1168 ~ 1241 | |
나는 본디 말이 둔하여 지금까지 거의 말 실수 없었는데 어제는 선뜻 내뱉은 말이, 나 죽으면 누가 나를 대신하리 하였네. 객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자네의 그 말은 옳지 못하이. 뛰어난 재주는 세상에 드무니 대신할 이 드물다 근심할 수 있지만 자네는 남들처럼 평범한 사람이라 세상에 도움준 거 하나도 없다네. 자네같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가 어찌 굳이 대신할 이를 찾는단 말인가. 그의 말이 비록 비방하는 말 같지만 그 뜻은 크게 틀린 말도 아닌지라 나는 내 말이 실수였음을 깨닫고 일어나 거듭거듭 감사의 절을 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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