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2006년(丙戌年)

구산

一切無 2006. 9. 28. 16:21

일시 : 2006. 09. 28. 목요일. 흐림
인원 : 아내랑
코스 :
-칡재
-가재샘
-수국사

 

오늘은 용문에 심어놓은 서리태를 따러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는 김에 누런 호박도 따고, 알밤도 주우며 중원산 마루에 있는 무명봉을 오르려고 하였으나, 혼자 가는 길이라 조현리 아저씨께 전화를 거니 아직 수확이 이르다고 하신다.
집사람은 오늘 오후 두 시에 출근을 한다고 한다. 산에 오르려고 하지 않는 아내를 억지로 데리고 산길을 같이 올랐다. 올 3월 28일에 구산을 같이 걸어보고 처음이다. 세월은 유수처럼 흐른다고 하더니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세월의 흐름에 난, 아직 기운이 달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 그 즐거움이란 별것이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며, 주어진 삶을 불평 없이 나의 것으로 만들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거하게 룸살롱을 가서 한탕 질퍽하게 농탕질을 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그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아쉬운 대로 선술집에서 정담을 나누며 한 잔술을 마시는 것이 고작 나의 바람이다. 그리고 가끔 집사람과 집에 틀어박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며 산길을 걷는 맛도 내가 바라는 삶의 일부분이다.
삶이란 별것이 아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과 살가운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구산의 정상은 칡재 위 군부대이다. 칡재를 넘어 가재 샘으로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다. 가재 샘 가기  전에 있는 돌탑에 새겨진 달마도는 어느 불심이 깊으신 분이 그리신 것 같다. 글씨도 살아 움직이는 필체이다. 먼저 탑에 있던 달마도가 무너져 있다. 누구인가?  종교적 문제로 탑에 있는 달마도를 허물다니.
한지에 쓰인 안내문에는 제발 종교적인 차원을 떠나서 그대로 나둘 수 없느냐고 하소연이 적혀 있다.
나의 생활과 종교가 맞지 않는다고, 남이 애써 공들인 탑을 무너 트리는 것은 옳지 않다. 나의 생각이 있으면, 남의 생각도 있는 것이다. 나보다 타인을 위한 헤아림 거기에서 인생의 즐거움이 움트는 것이 아닌가?
오늘은 집사람과 짧지만 유익한 산길을 걸었다. 어제는 서로의 생각과 인식의 차이로 대화의 뒤틀림으로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실은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이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집사람과 다툼에서 늘 나는 지고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는 것이 이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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