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詩와 散文, 23

言悔

제목:여기는 모두 네가 오가던 길인데(제망아문)-김창협(1651-1708)      때는 경진년(1700)11월기축 24일 임자에 망자 숭겸의 관을 양주에 새로잡은 언덕을 향하여 발인 하려고 한다. 이에 이틀전 경술에 노부는 눈물을 흘리며 글을짓고 약간의 술과 음식을 갖추어 차려놓고 영결 하려고 한다. 아아,숭겸아 너는 지금 어디로 가려느냐? 성문을 나서 동쪽으로 30리를 가면 중냉포와 망우령과 왕숙탄과 북두천이 차례로 나오는데, 이곳은 모두 네가 일찍이 나귀를 타고 오가던 곳인데,지금 어찌하여 관에누워 이 길을 가려는 것이냐? 삼주의 집둘레 몇리에 걸쳐있는 서골암과 난가대와 금대산과 판사정은 모두 네가 일찍이 시를 읊조리며 먼 풍경을 바라보던 곳인데,이제 무슨일로 관에누워 그 사이에 머무르려 하는 것이..

강물에 부서진 달

강물에 부서진 달 - 姜 希 孟 강 속의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물결 따라 달 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 어라, 달이 다 부서져 버렸나?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네. 물에 비친 달은 본디 비어있는 달이라 우습다. 너는 지금 헛것을 보는 게야. 물결 갈앉으면 달은 다시 둥글 거고 품었던 네 의심도 저절로 없어지리. 한 줄기 휘파람 소리에 하늘은 드넓은데 소나무 늙은 등걸 비스듬히 누워 있네.

그대 뒷모습 -정채봉-

유능한 관상가는 세수조차도 하지 않은 본래의 얼굴을 보고자 한다고 들었다. 아니, 그보다 더 나은 관상가는 뒷모습을 눈여겨본다고 했다. 에서 이몽룡이 성춘향더러 "뒤로 돌아서라, 뒤태를 보자."고 하는데 세태가 변하면서 앞모습만 강조되는 현실이다. 사실 내용보다도 겉포장이 중시되고, 실속보다도 이름값을 들추어 따지는 세상에서 뒷모습 예찬을 나서는 나에 대해 스스로 연민을 금할 수가 없다. 이제는 도시건 지방이건 어지간하면 군중을 실감할 수 있다. 옛날에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다지만 지금은 거리에서, 차 속에서 맨살끼리 부딪치는 것도 다반사이고, 이것을 인연으로 생각할 사람은 억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앞에 나타난 얼굴을 곁눈질이라도 하다 눈이 부딪쳐 뺨에 꽃물이 번지던 시절은 이미 풍속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