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동이 일지

[은동이, 12주 차][7.3kg] 컹컹 짖다. 첫 외출과 예방접종을 하다. 감을 먹기 시작하다. 제 발로 대문 밖을 나서다.

一切無 2015. 12. 9. 18:21


2015년 12월 5일


오전

  아직까지는 낑낑대는 애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옆집 철거 공사를 위해 집에 낯선 사람이 제 주인과 멀찌감치 들어오자 처음으로 컹컹대고 짖었다. 집을 잘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든든하긴 하다.


오후

  동물병원에 예방접종을 받으러 가는 길이, 첫 산책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대문 밖에 나서는 것을 무서워하여 나가자마자 몸을 낮추고 주저 앉은 상태로 사시나무 떨듯이 떤다. 하는 수 없이 안았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잠시 내려놓았을 때에는 똥도 한 덩이 싸버렸다. 겁이 많아 맥박은 한없이 가쁘다. 품안에서 쿵쾅대는 은동이의 심장박동이 내 마음까지 공명시킨다. 빨간 점퍼를 입은 엄마 등에 기대어 병원을 갔던 어릴 적 기억의 잔상과, 다 죽어가는 금동이를 안고 동물병원을 향했을 아빠의 모습까지 끄집어내고 나서야 작은 울림은 더욱 애틋해진다. 


  동물병원까지는 유달리 먼 길이었다. 청진기로 맥박을 짚던 수의사선생님께서도 아이가 겁이 참 많다고 걱정하셨다. 종합백신 주사는 얌전하게 잘 맞았다. 기생충예방약도 바르고 먹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강아지를 안은 팔 마저도 지쳐버린 나머지, 아이를 중간중간 내려놓고 다시 안기를 반복하여 다시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 마냥 심리적으로는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편안해진 마음은 다시 미안함과 후회로 뒤바뀌었다. 서서히 연습시키는 가운데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있다는 안도감을 안겨줬어야만 했다. 은동이에게 오늘밤 이 시간은 얼마나 길고 두렵기만 했을까.

 

  나도 강아지도 모두 서툴렀기에 두려웠고, 불안한만큼 위안이 되었으며, 그렇게 더욱 애틋한 날이었다.




아직 바깥세상이 무서운 은동이... 바들바들 떨기만 하고 망부석 마냥 움직일 생각을 않기에 안고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긴장을 했는지 형아 품에 안긴채로 끙아를 싸버린 은동

누나가 그만 그 똥을 밟고야 말았다




괜찮아~ 괜찮아~

우선 은동이를 진정시키는 중






아쉽지만 동네 애견샵에서 대형견은 받아주지 않는다고...



첫 예방접종 맞히고 오는 길... 간호사 선생님께 제대로 안는 법도 배우고... 형아 폼이 제법 그럴 듯 하죠?

은동이는 7.3kg 건강합니다.





2015년 12월 7일



  옆집 철거공사가 시작되었다. 이즈음부터 떨어지거나 떫은 감을 먹었다. 감씨를 발리지 않아, 똥굵기만한 감씨가 배변에 박혀 나온다.




2015년 12월 8일


  옆집 철거공사를 위해 설치해놓은 철골구조에서 이음새가 빠진채 우리집 마당에 날아들었다. 공사 현장에 가서 항의를 하러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드디어 은동이가 열려있는 대문을 통해 나를 따라 제 발로 대문 밖을 나섰다. 그저께 있던 첫 산책 이후로 대문 밖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정도 떨쳐내었나 보다.




2015년 12월 9일


  여유를 갖고 집앞 골목을 처음 산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