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동이 일지

[은동이, 14주 차][8.2kg] 엄마의 퇴근길 산책을 시작하다. 양파 국물을 마시다. 배를 뒤집어 보이다.

一切無 2015. 12. 22. 19:15



2015년 12월 17일


  이제 갓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났다. 엄마의 퇴근길 산책을 시작했다. 엄마가 가까이 지나가도 지 할일하느라 그냥 지나쳐보내는 날도 있고, 멀리 있는 엄마를 보고 달려가는 날도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한테 다가갈 때엔 냄새만 맡으려 하고, 엄마에게 다가갈 땐 반가움에 다리에 기대고 매달린다.

  산책길에 배변을 하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는 날도 있다. 주인과 나란히 걷기보다는 의욕에 앞서 나가거나 옆쪽으로 빠지려고 한다. 그때마다 목줄이 목을 조르는지 헥헥대곤 한다. 산책하는 게 영 힘들어 보인다.




2015년 12월 19일


  동물병원에 가기 전 두번째 목욕을 했다. 덕분에 집에 온 첫날 이후로 집 안에서 처음으로 쉬게 되었다. 검진 결과 8.2 kg로 잘 자라고 있었으며 2차 종합백신을 맞았다. 이번 수의사님께서는 항낭도 짜주셨다.

  개껌이 다 떨어져 개껌도 사왔다. 큰 개껌을 사자는 나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아직도 은동이를 어린 아이로 여겨 빨대만한 개껌을 또 사고자 했다. 간호사님과 수의사님께서 은동이는 큰 껌을 씹어야 한다고 했을 때야 비로소 중형견용 개껌 4개를 살 수 있었다.

  추운날 예방접종을 받은 데다가 새집에도 적응해야하는 은동이가 가여워 양파가 우러난 샤브샤브 국물을 주었다. 사람이 먹는 것을 개가 먹어도 되는지 의심하여 검색하게 된 것은 은동이가 양파국물을 다 먹은 이후였다. 양파는 강아지의 적혈구를 파괴하기에 절대 먹여서는 안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었고, 나의 부주의로 인해 오늘 다녀온 동물병원을 또 가야 하는지 걱정이 일었다. 이후 며칠동안 은동이 똥을 관찰하였고 다행이도 혈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강아지에게 음식을 주기 전에 미리 꼼꼼히 알아보고 줘야겠다.
















2015년 12월 22일


  비로소야 은동이가 배를 뒤집어 보였다. 배보이기는 강아지가 상대를 신뢰하고 복종하겠다는 표현이다. 오늘에 이르러 은동이가 자발적으로 배를 보여주니, 지난 날 강제로 배보이기를 시도하다가 관뒀던 것이 잘한 결정이었다. 내게는 개껌을 씹다가 배를 뒤집었으며, 며칠 후 누나에게는 누나가 옆구리를 긁어주자 배를 뒤집었다. 일 이주 후엔 엄마에게도 배를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