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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야 좀 더 있다 가려문

빗속에 큰딸아이 가는 걸 만류하며(雨中挽長女行) 농가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들 갈 사람을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겠나. 자식을 만나서 기뻐 취하고 묘시가 넘도록 달게 잤더니 냇물 불어 개구리밥 보에까지 붙고 바람 불어 꽃잎은 주렴을 치는구나. 내 시가 아직 안 되었다 자꾸만 타고 갈 말 챙기지 말렴. 不有田家雨 불유전가우 行人得久淹 행인득구엄 喜逢子孫醉 희봉자손취 睡過卯時甘 수과묘시감 川漾萍棲埭 천양평서태 風廻花撲簾 풍회화박렴 吾詩殊未就 오시수미취 莫謾整歸驂 막만정귀참 - 김시보 (金時保, 1658~1734), 『모주집(茅洲集)』 권8 「빗속에 큰딸아이 가는 걸 만류하며[雨中挽長女行(우중만장녀행)]」

큰누님 박씨 묘지명

유인孺人 휘諱 모某는 반남潘南 박씨朴氏인데, 그 동생 지원趾源 중미仲美가 다음과 같이 묘지명을 쓴다. 유인은 열여섯에 덕수德水 이씨 택모宅模 백규伯揆에게 시집가 딸 하나와 아들 둘을 두었으며 신묘년辛卯年(1771) 9월 1일에 세상을 뜨니 나이 마흔셋이었다. 남편의 선산은 아곡鴉谷인바 장차 그곳 경좌庚坐 방향의 묏자리에 장사 지낼 참이었다. 백규는 어진 아내를 잃은 데다 가난하여 살아갈 도리가 없자 어린 자식들과 계집종 하나를 이끌고 솥과 그릇, 상자 따위를 챙겨서 배를 타고 산 골짝으로 들어가려고 상여와 함께 출발하였다. 나는 새벽에 두뭇개의 배에서 그를 전송하고 통곡하다 돌아왔다. 아아! 누님이 시집가던 날 새벽에 얼굴을 단장하시던 일이 마치 엊그제 같다. 나는 그때 막 여덟 살이었는데, 발랑 드러누..

선유도

일시 : 2021. 6. 5. 토요일. 맑음 다툼은 "너도 옳고 나도 옳다."에서 생긴다. 조금만 양보해 보자. 꽃이 피어도 붉은 건 몇 날뿐. 양보해야 할 곳에서는 양보해라. 양보하는 건 어리석은 게 아니니 지나고 나면 반드시 이로움이 있다. -다툼이 있는 두 분에게 건강검진을 마치고, 치과에 가서 검진 및 스케일링하고 집에 오니 점심때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을 즐겁게 하려고 집사람과 선유도를 다녀왔다. 선유도는 맹추위가 떨치던 올 1월에 다녀오고 두 번째이다. 오늘도 피아노 선율은 선유도를 은근히 적시고 있다. 향기가 물씬나는 과일처럼. ↘ 합정역 8번 출구를 나와 양화대교에서 ↘ 선유도 공원 ↘ 겸재 정선의 선유봉 ↘ 선유도는 본래 섬이 아니라 육지에 붙은 봉우리였다. 1925년 큰 홍수 이후 선..

금바위 저수지

일시 : 2021. 5. 23. 일요일. 맑음 늦은 오후 금바위 저수지를 다녀왔다. 이곳은 개인적으로 여러 본 다녀온 곳이다. 너무 알려진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1980.10.21~2002.12.29)의 촬영지 삼하리 마을 위, 노고산 자락에 있다. 저수지 위. 월남 이상재 선생의 묘소가 있고, 묘소 아래에 작은 연못이 있다. ↘ 월남 이상재 선생 묘소 선생의 묘소는 충남 서천 한산에서 당시 이승만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곳으로 이장. ↘ 한가로운 사람이 아니면 한가함을 누릴 수 없다. ↘ 실로 오랜만에 보는 물방개(애기물방개)

湖心亭看雪(호심정간설) - 张岱 (장대)

崇禎五年十二月, 余往西湖. 大雪三日, 湖中人, 鳥聲俱絶. 是日, 更定矣, 余拏一小舟, 擁毳衣爐火, 獨往湖心亭看雪. 霧淞沆碭, 天與雲, 與山, 與水, 上下一白. 湖上影子, 惟長堤一痕, 湖心亭一点, 與余舟一芥, 舟中人兩三粒而已. 到亭上, 有兩人鋪氈對坐, 一童子燒酒, 爐正沸. 見余大喜, 曰 “湖中焉得更有此人?” 拉余同飮. 余强飮三大白而別. 問其姓氏, 是金陵人客此. 及下船, 舟子喃喃曰 “莫說相公癡, 更有癡似相公者.” 숭정 5년 12월 내가 서호에 머물 때, 큰 눈이 사흘이나 퍼부어 호수에는 사람이고 새고 모두 자취가 끊어졌다. 어둠이 짙어갈 때 나는 작은 거룻배를 집어탔다. 털옷에 화로를 끼고서 홀로 호심정에 가서 눈 구경을 하였다. 눈처럼 변한 서리는 넓고도 대단했다. 하늘은 눈과 산과 물과 어울려 천지가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