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2010년(庚寅年)

아들에게-2-

一切無 2010. 1. 8. 15:31

하하하!

“행군 간에 군가를 시작한다. 군가는 ‘진짜 사나이’ 하나, 둘, 셋, 넷...!” 조교의 구령에 노래를 부르며 행군을 하는 너의 모습을 그리니, 나도 모르게 웃음꽃이 피워 오른다.

그나저나 우리 아들을 얼마나 고생을 시키려고 혹독한 추위는 가시지를 않는지, 속이 상하지만 자연의 법칙은 어찌할 수가 없는 법. 그냥 순순히 즐기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구나. 그래 감기는 걸리지 않고 몸 건강히 있는지, 아빠는 무척이나 궁금하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은 환히 드러나는 법이다. 노심초사 애지중지 너를 키운 엄마와 달리 아빠는 너에게 별로 해준 것이 없구나. 아들! 진심으로 미안하다. 지난 시절만을 생각하면 무엇 하리오. 그것을 거울삼아 앞으로 잘해야지, 너도 이제는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에 전념하여라. 오늘 못하면 내일도 못하는 법.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면 멋진 삶을 누릴 것이다.

철규야! 일전에 너의 편지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들 무척이나 성숙하였구나. 그래 사나이는 속울음도 흘려야 한다.

밥을 먹을 때, 첫 수저의 밥은 되도록 꼭꼭 씹어야 한다. 그것은 위장에 대한 일종의 준비 운동이지, 그리고 너의 표현대로 쓸어 넣어도 체하지를 않는다.

철규야! 너를 버리고 주위의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라. 네가 조금만 손해를 보면 자연히 너를 따를 것이다. 그래도 힘들 때 위안이 되는 것은 집에 있는 부모형제보다 가까이 있는 친구가 아니겠니.

혹독한 추운 새벽에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네가 있기에 엄마, 아빠는 편히 잠을 자나 보다. 철규야! 그 새벽에 쏟아지는 별빛은 어머님의 고운눈빛임을 명심하라.

고맙다, 반듯하게 자라 주어서...



2010. 01. 08. 금요일에 야간근무를 앞두고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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