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민이의 유럽여행

[230926] 런던 근교 현지투어 "옥스포드, 버튼 온 더 워터, 코츠월드"

一切無 2023. 11. 20. 23:04

 

집결 시간이 아침 일찍인데다, 집결지가 런던 중심지가 아니라 더더욱 늦지 않기 위하여 새벽같이 일어나서 브라이튼 역으로 향했다. 나야 뭐 아직 시차적응 중인지라 새벽 기상이 어렵지는 않았다. 오늘은 평소 타던 템즈링크선이 아닌 개트윅 익스프레스를 타고... (개트윅 익스프레스가 템즈링크에 비해 중간에 서는 역이 적어서 그런지 요금이 조금 비싼 편이다.)

 

일찍 서두른 덕에 거의 한 시간 전에 도착한 우리... 그 틈을 타 친구는 화장실을 찾아 떠나고, 나는 집결지인 해머스미스 역을 나와 역 근처를 구경했다. 워낙 이른 시간이라 문 연 곳도 거의 없고, 역 가까이는 딱히 볼만한 곳도 없는 듯 했다.

 

 

영국은 실내에서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다... 지하철 열차 안에서야 그러려니 했는데, 웬걸 역 안에서도 데이터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겸사겸사 역 앞 공원을 떠돌며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놀라울 정도로 화창했던 어제의 날씨와는 달리, 오늘은 첫번째 목적지인 옥스포드로 가는 길에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도착할 때 쯤이 되니 비가 쏟아졌다. 나름 날씨 운이 좋은 편이라고 자부하는 편인데 이럴 수가!

 

 

야속한 날씨... 그러나 뭐 어쩌겠는가... 어제가 운이 좋았던 거고 이게 진짜 영국의 날씨지! 그래도 한 편으로는 희망을 놓지 않으며 오늘의 일정 시작~

 

 

첫번째 코스인 옥스퍼드의 셀도니언 극장.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극장 앞 서점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오니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다. 역시 나의 날씨 운 어디 가지 않았다니까~

 

 

가이드님의 말씀으로는, 이 극장을 지을 당시 졸부들이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방법으로 건축을 후원하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이 극장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인데, 옥스포드의 누런 건물들과 이질적인 저 하얀 돔이 있는 탑을 만든 건축가가, 후에 런던의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세인트 폴 대성당을 지은 건축가라고 한다.

 

극장 안으로 들어서면 고개를 숙여 바닥을 보라고 하시는데, 해리포터의 이마 위에 있는 번개 모양의 상처와 닮은 문양이 바닥에 새겨져 있다. 가이드님 말씀으론 해리포터의 원작자인 조앤 케이 롤링이 이 문양을 보고 영감을 받아 해리포터를 썼다고 하시는데, 믿거나 말거나ㅎㅎ

 

 

나도 친구도 또래들과 달리 해리포터 덕후 일명 '해덕'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기념샷은 남겨두는 것으로ㅎㅎㅎ

 

 

옥스포드의 입학식과 졸업식이 열린다는 곳. 장소가 워낙 협소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졸업식에 아무나 데리고 올 수 없다고 한다. 일행 중 어린 아이가 있어 가이드님이 이럴 때 엄마를 데려올 것인지 아빠를 데려올 것인지 질문을 하셨는데, 아이가 아주 센스 있게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을 대신해 본인을 키워주신 할머니를 모시고 오겠다고 했다. 

 

이쯤 되니 하늘이 뚫린 것 처럼 비가 쏟아지던 것이 무색하게 푸른 하늘이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역시 난 날씨요정이라니깐.

 

 

다음 코스는 보들레이언 도서관. 도서관 앞에 조각상이 있는데, 조각상의 발을 만지면 여기에 다시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사실 옥스포드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시키는 건 또 다 하고 봐야지ㅎㅎ

 

 

이 곳에 다시 오게 해주세요...!

 

 

가이드님이 이곳의 숨은 포토 스팟이 있다고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고 하셨다. 허리를 꺾어가며 카메라 앵글을 잘 맞추면 이렇게 십자가 모양이 완성이 된다고. 모두가 열심히 있는 힘껏 허리도 꺾고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히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도서관을 나오면 낯익은 건물 하나가 우리를 반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요...?

바로바로~~~

 

 

베네치아의 그 유명한 '탄식의 다리'를 보는 듯 하죠?

 

베네치아의 탄식의 다리가 형을 집행하기 전 죄수가 다리를 건너며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탄식을 했다면, 옥스포드의 탄식의 다리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탄식을 하며 다리를 건너가서 탄식의 다리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나?

 

 

탄식의 다리 아래에서 셀카도 한 컷ㅎㅎ

 

이제 다음으로는 옥스포드 투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학생식당을 향해서...

 

 

잠시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사진 한 컷ㅎ

 

 

마법 학교 '호그와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연회장

 

 

바로 이 연회장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학생 식당

 

 

지금도 실제로 구내 식당으로 쓰이고 있어서, 식당 입구 건너편에는 조리사들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스테인드 글라스 사이로 햇빛이 또 밝게 비추기 시작한다. 오락가락 종 잡을 수 없는 영국의 날씨ㅎㅎㅎ

 

 

학생 식당을 나와 이번에도 호그와트의 모티브가 된 회랑과 안뜰로 이동

 

 

마치 영화 속 호그와트에 온 것만 같은 기분!

 

 

몰랐는데, 날아다니던 벌이 이렇게 순간포착으로 찍혔더라고요ㅎㅎ 재밌는 사진이라 하나 끼워봄

 

 

레드클리프 카메라, 라고 옥스포드의 상징이라는 곳인데 우리는 그냥 스쳐 지나만 갔다. 이게 바로 투어의 장점이자 단점ㅎㅎ

 

 

이렇게 문에 손을 대고 있으면 옥스포드의 학업 운을 받아갈 수 있다나 뭐라나? 갈 대학(원)도 없고, 대학을 보낼 자녀도 없지만 좋은 기운 받고 왔습니다...

 

 

딱히 이렇다 할 설명은 듣지 못했지만, 뭔가 옥스포드의 중심가 같고 유명한 곳 같아서 일단 찍고 와본ㅎㅎㅎ

 

 

현지 투어는 점심을 다같이 식당에서 먹는 게 아니고, 각자 알아서 먹고 와서 정해진 시간까지 약속된 장소로 모이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가이드님이 추천해준 곳들 중 커버드 마켓 안에 있는 태국 식당으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덕분에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데, 영국 치고 저렴한 가격이긴 했지만 가볍게 한 끼  해결하기로는 후덜덜한 가격이었던 기억이 있다. 

 

밥을 먹으면서 친구한테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국은 워낙 식비가 부담이 되다 보니 가난한 학생들이 패스트 푸드 하나를 두고 여럿이서 나누어 먹거나 학교에서 가끔씩 제공하는 무료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한다. 친구는 영국에 1년 동안 있으면서 영국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많이 실감하게 되었다고.

 

 

식사를 마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하여 셔틀 버스로 향하는 길에 판촉 행사로 음료를 나누어 주길래 냉큼 받아왔다. 신제품이라는데 탄산이 강해서 완전 내 취향이었다.

 

 

다음 코스는 버튼 온 더 워터! 코츠월드의 베네치아라고 한다는데ㅎㅎ 동네를 가로지르는 얕은 하천을 중심으로 공원과 가게들이 있는 아기자기~한 곳이다..ㅎㅎ 원래 여기서 애프터눈티와 스콘을 즐기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었는데, 이 다다음 일정으로 비스터 빌리지라는 아울렛을 추가하면서 티타임을 빼버린 듯 했다... 대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워낙 작은 동네라 주어진 시간 동안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기에 넘치도록 충분하긴 했는데, 여기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이 다음 코스인 코츠월드 바이버리의 일정을 늘려 좀더 여유 있게 즐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실 마지막에 추가된 비스터 빌리지만 없었더라면 여유로웠을 일정이긴 하다.)

 

 

다음 코스로 이동~

 

 

버튼 온 더 워터 보다 좀더 목가적인 분위기의 코츠월드 바이버리

 

 

뒤에 보이는 저 집들이 알링턴 로우라는 곳으로, 코츠월드 바이버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아래 사진 처럼 영국 여권 안쪽 표지를 장식하는 일러스트에 코츠월드 바이버리가 선정되면서 여권 속 마을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호다닥 기념 사진만 찍고 와서 느긋하게 제대로 즐길 틈이 없었던 코츠월드 바이버리...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지막 코스인 비스터 빌리지로...

 

 

친구도 나도 명품 쇼핑에는 관심도 취미도 없는 지라 비스터 빌리지에서의 시간이 너무나도 길고 길었다... 나의 유일한 소득이라고 한다면, 한국에서 철수한 라뒤레의 마카롱을 맛볼 기회가 있었다는 것 정도?

 

심지어 가이드님이 비스터 빌리지에서의 일정을 한 시간 더 늘리기로 한 바람에 더더욱 할 일이 없던 우리는 쁘레 따 망제에서 가볍게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는데, 이 날 먹은 연어 샌드위치가 맛이 있어서 이후로도 친구가 이 연어 샌드위치를 계속 찾을 정도 였다.

 

일정을 마치고 도착하니 어느 새 어두 컴컴해진 런던... 서둘러 브라이튼으로 발길을 돌리며 그렇게 오늘 하루가 저물어갔다...

 

아무튼, 결론은 옥스포드~버튼온더워터~코츠월드 바이버리 현지 투어는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을 선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