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민이의 유럽여행

[230927] 런던, 어게인

一切無 2023. 11. 21. 22:07

 

날이 갈 수록 제법 그럴싸 해지는 친구표 조식

오늘은 친구가 오전에 학교에 다녀와야 해서 느즈막히 일정이 시작되었다.

고로,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점심 식사부터...

 

 

한국인들에게 런던 맛집으로 익히 알려진 플랫 아이언! 친구는 영국에 1년 넘게 있으면서도 처음 와본다고. 여기는 이렇게 식전 빵이 아닌 식전 팝콘을 머그컵에 담아 준다. 그리고 음료를 시켰더니 마치 깨진 유리를 조각조각 이어 붙인 것 같은 독특한 잔에 담겨져 나와 마시는 내내 색다른 기분이었다.

 

 

스테이크와 햄버거. 친구가 역시 맛집은 한국인들에게 인증 받은 맛집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극찬을 했을 정도.

 

 

플랫 아이언은 이렇게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제공한다. 여기에 나름 웃긴 일화가 있는데, 계산을 마치고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플랫 아이언의 웨이터가 너네 싱글이야? 하고 묻는 게 아닌가. 여기서 대답을 잘 하면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올려주려나? 싶은 마음에 친구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그냥 그렇다고 하자, 하고 친구를 부추겨 예스 위 아 싱글 이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이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플랫 아이언의 상징인 도끼 칼? 모양의 미니어처를 내고 바꿔 먹어야 하는데, 우리에게 이 미니어처를 하나씩 더 주면서 다음에 여기 지나갈 일이 있으면 이거 가지고 와서 아이스크림 먹고 가라, 에서부터 시작해서 이탈리아 남자 어떠냐 요리 잘 하는 이탈리아 남자 어떠냐 파스타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우리 세 시간 후면 일 마치는데 더블데이트 어떠냐 등등 플러팅이 쏟아졌다. 흐흐흐 웃으며 넘기긴 했지만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유교녀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앞서, 친구가 내가 혼자 런던을 돌아다닐 때 버로우 마켓과 캠든 마켓을 들르려고 하자 너는 시장을 참 좋아하는구나 하고 영 못마땅해 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 것을 기억하는지. 여기까지 온 거 저번에 장이 서지 않는 날 버로우 마켓 앞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돌렸던 것도 못내 아쉬웠고 해서 식사를 마치고 잠시 버로우 마켓도 들렀는데, 각양 각색의 먹거리들이 즐비한 버로우 마켓의 풍경을 보며 친구도 버로우 마켓의 매력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거봐, 내가 뭐랬어. 내심 뿌듯.

 

아무튼 버로우 마켓을 지나 조금만 더 걸으면 런던, 그리고 영국을 상징하는 랜드 마크 중 하나인 타워 브릿지에 금방 또 도착을 한다.

 

 

남는 건 사진 뿐! 날이 흐려 조금 아쉽긴 했지만 타워 브릿지 앞에서 사진도 원 없이 남기고...

 

 

좀더 가까이에서...

 

 

타워브릿지 앞에서 기념 샷을 찍은 연예인들 중 이렇게 아래 사진과 같이 난간 위에 올라서 포즈를 취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난간 위에 올라가면 얼마 안 있어 경찰들이 출동해 위험하니 당장 내려오라고 주의를 준다. (그리고 정말 난간 아래로 아무것도 없고 바로 낭떠러지라서 자칫 삐긋하다간 템즈강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긴 한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경찰 몰래몰래 눈치를 봐가며 재빨리 올라가야만 하는데, (하지 말라는 거 해서 죄송해요...) 그 연예인들도 나와 같이 이런 과정을 거쳐 사진을 찍었을 생각을 하니 좀 웃겼다.

 

 

아무튼, 방탄소년단 뷔를 따라 이 구도로 꼭 찍어보고 싶었는데 성공~

 

건너편에는 런던 탑이 있는데, 나에게 이 런던 탑은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를 통해 알게된 곳이다. 애니메이션 속 설정과 같이 실제로도 런던 탑에는 영국 왕조의 왕관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입장료도 비싸고 해서 우리는 쿨하게 패스~ 런던 탑 너머로 런던을 상징하는 또 다른 랜드마크들, 30 세인트 메리 액스 빌딩과 더 샤드도 고개를 빼꼼 내밀기에 한 컷.

 

 

런던 시내를 가성비 있게 둘러볼 수 있는 방법! 이번에도 버스를 타고 런던의 주요 명소들을 빠르게 눈도장만 찍으며 우리의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종점인 트라팔가 광장에서 내려서 빅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길 건너에 아주 흥미로운 광경이 있기에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바로바로 영국의 기마 경찰들!

 

 

이렇게 앞에서 기념 촬영도 할 수 있다. 친구가 힘들어해서 잠시 쉬어갈 수 있을까 싶어 궁전 안에도 들어가보았는데, 놀랍도록 앉아서 쉴 만한 벤치가 하나도 없어서 도로 나와야 했다.

 

 

다시 발걸음을 서두르려던 차에 마주하게 된 흥미로운 기념비. 바로 세계 제 2차 대전에 참전한 여성들을 기리는 기념비인데,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며 읽었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이 생각나기도 하고. 여러모로 인상 깊어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이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빅벤! (그리고 웨스터민스터 궁...) 이 거대한 황금 시계탑을 실제로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을 때 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날씨가 좋았다면 얼마나 더 멋졌을까.

 

 

이제는 정말 친구의 체력에 한계가 온 듯 하여 구경을 멈추고 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감성샷을 찍고 싶었지만, 강 바람이 그럴 틈을 주질 않는다.

 

 

아는 사람만 아는 빅벤 포토 스팟. 이 곳에서 인생 샷을 남기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사진을 찍는데, 그 사정까지 알아줄 필요 없는 다른 관광객들이 계속 사진에 걸리게 어슬렁거리는 바람에 기대했던 것 처럼 예쁜 사진을 건지지는 못했다.

 

대신 플랜B에서 인생샷을 건졌다...!

 

 

웨스터 민스터 궁 내부도 그렇게 볼만하다는데, 이번 일정에서는 거기까지는 어려울 것 같아 포기했다. 아무래도 런던, 다시 한 번 더 와야할 듯 싶지요?

 

이제 내 소원(타워 브릿지 앞에서 사진 찍기, 빅벤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을 이루었으니 다음으로는 친구의 소원을 들어줄 차례. 어제 옥코비 투어를 할 때 일행 중 귀동냥으로 알아낸 런던 한식당 맛집 "김치"를 향해 킹스크로스역으로 고고~!

 

 

한국에서도 귀한 두꺼비가 이렇게 입구에 떠억~ 고급진 인테리어에 분위기가 아주 좋아서 그런지, 한국인보다는 모처럼만에 기분 내기 위해 외식을 하러 온 현지의 외국인들이 더 많은 듯 했다.

 

 

내가 시킨 해물 순두부는 그냥 그랬고, 친구가 시킨 된장찌개가 아주 맛있었다. 반찬 하나 없이 정말 메인 디쉬인 찌개와 쌀밥만 나온다.

 

 

이대로는 아쉬운 마음에 친구가 시키자고 한 잡채. 맛은 있었지만 가격을 떠올려보면 이 정도의 맛은 나야 했고, 친구가 자기가 만드는 잡채가 더 맛있다고 했다... 친구가 만든 잡채를 언젠가 맛 볼 기회도 있겠지?

 

킹스크로스 역까지 왔는데 해리포터를 안 보고 갈 수는 없기에... 밥 먹고 잠시 들러보았다.

 

 

근데 9와 4분의 3 승강장에 줄이 너무너무너무 길게 서 있어서, (족히 2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할 듯 했다.) 차마 기다렸다 사진을 찍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 그냥 바로 옆의 기념품 샵만 구경하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타워브릿지의 야경까지 카메라에 담고 나서야 오늘의 일정도 마무리... 이제 영국을 떠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