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기다릴거라고 어린왕자는 말했지만 전 산행을 하려면 며칠전부터 들락 날락 공지를 들여다 봅니다. 다행히 갈 수 있겠다 싶어 꼬리를 달고 그때부터 행복해집니다. 겨우 아침에 꼬리 달고 가는 산행은 조바심에 마음이 시끄럽지만 하루 전이라도 결정을 하면 그 시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산에 가는 겁니다. 일체무 대장님하고 지난 가을 삼각산 종주 할때 뵙고는 이번이니.... 날이 추울거라 했지만 소한 대한 다 지났는데 추워야 얼마나 추울라고요. 추위야 앞에서는 대장님이 다 막아 주실테니 뒤에서 살살가는 저야 별 문제 없겠지요. 마트엘 가서 낼 가져갈 빵과 오렌지를 사고 집에와 생강차를 달였어요. 불광역에 도착해 인사를 나누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에요. 버스 안에서 부터 유리 언니가 끓여온 매실차를 마시며 효자비에 도착했어요. 효자비에서 오를쪽 길로 들머리를 잡았는데 버스에서 우르르 내리는 우리를 따라 내리신 분이 있었어요. 혼자 산행할 거면 같이 하자고... 일행이 한사람 늘었지요. 거기...밤골능선 안부라고 부르는 곳인가...까지 가는데 길이 미끄럽긴 하지만 쉬지않고 올라 오는걸 보면 그동안 꾸준히 다닌 덕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이젠을 신고 간식을 먹었어요. 바나나, 고구마, 사과.... 지금부터 나오기 시작하니 오늘 배낭안에서 얼마의 먹거리가 더 나올까요....
바위가 위험해 그랬을까요. 이리로 올라가면 전망 바위가 나올텐데 눈이 녹지 않은 산허리를 둘러갑니다. 소복히 쌓인 눈길에 맨 먼저 길을 낸 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따로 중식 시간이 없는 산행은 중간에 먹는 것이 더 많은거 아시죠? 막걸리도 마시고 김치부침개도 먹고 곶감도 먹고 차도 마시고... 파랑새 바위 안부를 지나 염초3봉엘 올랐어요. 눈 덮힌 산은 동양화를 옮겨 놓은거 같구요. 사실 오늘은 산 보다는 오랜만에 본 산우들이 산보다 더 먼저였어요. 아는 사람이 적으면 산이 더 많이 들어 오는데 오랜만의 반가운 얼굴이 많으면 산은 저만치 물러 나더군요. 그저 눈 쌓인 길을 같이 걷는 건강함이 가져다 주는 행복. 아이젠 신은 발이 바위에서 미끄럽긴 했지만 조심스레 오르고는 햇살 따뜻하고 바람없는 거기에서 사진 찍고 배낭안에 있는 떡이며 과일이며 몽땅 꺼내 먹고는 하산을 했어요. 설인 산장을 지나며 언젠가 왔을때를 기억하는데 대장님도 똑 같은 이야기를 꺼내시는거에요. 여길 내려오며 고생하시던 분이 생각났거든요. 후기를 들춰보니 오늘 공지 올린 길을 일년 전에 왔더라구요.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 하산을 하는데 고드름이 멋있게 얼었어요. 저렇게 길고 큰 고드름 언제 볼수 있겠어요. 하나 뚝 분질러 칼 싸움 한번 할래요?
하산을 마치고 밥을 먹으러 갔어요. 여러가지 나물과 반찬이 정갈하게 나오더군요. 몇번을 더 달라고 말해도 더 가져다 주고, 돌솥에 금방 지은 곤드레 나물밥도 맛있구요. 한번...밥 먹으러 와야겠어요. 이렇게 나물 많이 나오는집 좋아하시는 형님 모시고. 연신내 시장에서 두부랑 묵를 사면서 <아줌마, 저 산행 끝나면 여기 꼭 들러 가는거 아시죠?> 했더니 <얘길 해야 알지.> 하시며 비지를 하나 넣어 주시더군요. 같이 샀던 조잘구리님도 주고...
오랜만에 뵌 일체무 대장님 산행내내 눈 밟으며 잘 다녀 왔습니다. 대장님 뒤는 바람도 자고... 따뜻한 산행 잘 했습니다. 후미에서 오신 입술님. 암장님 감사합니다. 사진 찍어 주신 산 사나이님. 2년만에 본 유리언니. 벼리언니.... 시간을 뚝 잘라버린듯 그대로였어요. 멀리서 온 바른생활님 잘 들어 갔지요? 산행 잘 하시는 하얀나비님, 분위기 잘 띄우는 토리님. 이젠 앙골라님하고는 말 안할거구요. 헬스걸님 지난 가을 산길에서 봤는데 다시 보게 되어 반가왔어요. 오늘 첨오신 자박이님 다음에 또 뵈요. 좀 시끄러웠지만 조용히 산행만 하면 별 재미 없을거에요. 잘 따라 오신 리틀별님 가입하셨나요? 청바지 아저씨 니모님도 반가왔어요. 맛있는 밥집 안내해준 혜교. 집에 같이 가는 조잘구리... 여러분들 덕에 모처럼 웃고 떠들며 산행 즐겁게 했습니다. 다음에 뵐때까지 강녕하세요. 2008. 1. 31. 나의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