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여정
인천공항 오후 11시 55분 출발 - 두바이공항 오전 4시 25분 도착
두바이공항 오전 7시 50분 출발 - 마드리드공항 오후 1시 45분 도착
두근두근 나의 첫 유럽 여행...은 아니고 사실 비행기에 몸을 싣는 그 순간까지도, 솔직히 말하자면 마드리드에 도착하고 나서도 도통 실감이 나질 않았다. 마드리드의 첫 인상은, 글쎄 첫 해외 여행이 아니어서 그런가? 솔직히 큰 감흥은 없었다. 그냥 번화한 서울 어느 동네를 구경하는 느낌? (그렇다고 정말 서울과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아무튼 무덤덤했던 유럽 여행, 그 첫날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 합니다. 아빠의 채근에 못이겨서... 히히히
앞서 말했 듯 30일에 걸친 길다면 긴 이 여행이 와닿지 않았던 까닭은... 실은 차근차근 해오던 여행 준비를 막상 코 앞에 닥치고 나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손을 놓아버린 것이 크지 않았나 싶다. 그 결과, 나머지 환전(395유로)과 여행자보험 가입, 카메라 여분 배터리 구입 등 나름 굵직굵직한 일들을 여행을 떠나는 당일인 29일 하루만에 해냈다. 결국 급하게 처리한 이 모든 일들은 장차 나에게 화근으로 다가오게 된다. 아, 카메라 여분 배터리만 빼고^^
여기서 기습 tip!!!! 은행 우대고객 환전 서비스로 받게 되는 보험은 가입일로부터 30일까지만 보장이 된다! 따라서 장기 여행자의 경우 보험은 미리 가입하는 것 보다 여행 당일 혹은 그 전날 가입하는 것이 좋다.
자... 그럼 첫번째 잘못 끼운 단추, 여행자 보험 이야기부터 해보고자 한다. 아 근데 벌써 귀찮네. 이거 언제 다 쓰지.
여기서 또 다시 기습 tip!!!! 아무리 여행 중 시간이 없다 하더라도! 일기는 꼭 그날 그날 쓰도록 하자. 돌아오면 생생히 다 기억날 것 같죠? 안그래요. 그리고 30일치 밀린 일기 쓰는 거 보통 귀찮은 일 아님.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이미 지난 22일 한 차례 환전을 하기는 했지만, 현지에서 필요한 만큼 따로 현금을 인출하는 것보다 전액 환전을 택한 나는 30일을 22일 환전해온 1330유로(숙박비 제외하면 약 870유로)만으로 버티는 것은 조금 빠듯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추가적으로 환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환전을 위해 방문한 국민은행 VIP실(이 있다는 것도 사실 이번에 환전을 하면서 알게 됬다. 근데 생각보다 별 건 없음.)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좀 어리다 보니 기다리는 어른들이 그런 나를 만만하게 보았는지 '나 금방 끝나니까 먼저 할게, 학생.' 이런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직원이 먼저 오신 분 먼저 해드려야 한다고, 이 분도 금방 끝난다며^^ 나이스!!!
이 언니 일 참 야무지게 잘하네, 하는 것도 한 순간.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고 싶다고 하니, 이미 환전 우대를 받았기 때문에 이중 수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닌가. 그럴리가! 결국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아마 본사나 동부화재 측에 전화를 한 듯 싶다) 중복 수혜가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고 나서야 보험 처리 작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직원이 이 과정에서 얼이 빠진 까닭에 실수가 발생하고 만다. 나도 재차 확인을 해봤어야 했는데 진이 빠져 대충 확인하고 나왔으니 마냥 직원을 탓할 수 만도 없지만 말이다.
그럼 그 실수를 언제 발견했는가!!! 이것 또한 내가 마냥 직원을 탓할 수 없는 까닭 중에 하나다. 은행에서 보험 가입 후 별도의 보험 보장범위 안내가 없었으므로 즉각 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세한 사항을 살펴보았어야 했는데 좀이따 하지 뭐, 하는 게으름이 화근을 키운 것이다. 내가 이제 슬슬 살펴볼까, 하고 보험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을 때는 이미 오후 다섯시 언저리였던 상황. 은행 업무는 이미 종료된 시점이었다. 내가 환전을 오전 중에 마쳤던 점을 감안하면, 엄밀히 말해 이건 나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나의 보험 가입 유형에 있다. 내가 가입된 유형은 A형, 최소 환전 금액 기준을 충족한 가입자가 이에 해당되고 따라서 보장 범위도 가장 낮았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22일 한차례 1300유로 이상을 환전했으므로 29일 환전한 금액과 합산하면 C형으로 가입할 수가 있었다. 나 역시도 이 부분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보험 가입 시 창구 직원에게 지난 영수증을 내밀며 합산해서 가입 처리할 것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한차례 소동을 겪은 후 직원이 그 부분을 깜빡하고 29일 환전한 금액만을 보험처리한 것이다. 부랴부랴 보험사에 전화해 사정을 말하고 후속처리에 대해 문의했지만 여러 차례의 전화 끝에 얻은 건 그 부분은 은행 쪽의 실수이므로 보험사 소관이 아니라는 것. 당장 오늘 밤에 출국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위임이 안되니 본인이 직접 다음날 영업 시간에 맞춰 보험 처리한 지점에 방문해야 한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하는 수 없이 무사안녕을 바라며 떠날 수 밖에.
사실 이후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므로 생략한다. 하나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출국을 얼마 앞두고 환율이 미친듯이 오르는 바람에 미루고 미루던 면세점 쇼핑... 쇼핑 품목은? 그 중요한 선크림 되시겠다. 당연히 늦은 시간 공항 면세점이 문을 열리가 없고. 결국 나는 현지에서 선크림만 두 번을 사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그것도 두 번 다 실패... 이 부분은 바르셀로나 여행기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 하겠다. 인천은! 두바이가 아니라고!!! (참고로 두바이 면세점은 24시간 영업을 한다. 브라질로 출국 당시 한 차례 야간 비행을 겪어 보았던 내가, 대체 왜 이 부분을 간과하였는가...) 왜 선크림만 간단하게 소개하냐고? 나머지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도중이 아닌,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으므로 이따 설명하려고...
글의 첫머리에서도 말했다 시피,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큰 감흥이 없었던지라 가족들의 배웅은 정말 황송하기까지 했다. 내가 뭐 대단한 데를 간다고, 역까지 함께 택시를 타고 가주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공항까지 짐을 짊어지고 배웅을 나와준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 늦은 시간에. 아무튼, 동생 철규는 내 배낭을 짊어지고 인천공항까지 끙끙 잘도 힘을 내주었다. 누나 이거 계속 매고 다니다가는 골병날 거라고, 자칫 하다가는 뒤로 넘어지겠다고 걱정을 해주는데, 에이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숙소까지만 짐 들고 이동할거고 숙소도 역에서 금방이야. 하고 웃어보였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습게 봤던 배낭의 무게는 19키로!!! 나중 가서 여러번 이야기 하겠지만 숙소들도 홈페이지에서의 설명과는 다르게 어쩜 하나 같이 멀기만 한지^^ 어쨌든!!! 수속을 마치고 나니 두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이미 시간은 열시 즈음. 늦은 시간이라 엄마와 동생을 빨리 돌려보내고 싶은데, 엄마와 동생은 반대로 늦은 시간에 공항에 혼자 남아 있을 내가 걱정되었는지 자꾸만 조금만 더 있다 가겠다고 한다. 그래서 기다리는 중 목도 마르고 입도 심심하고 쥬스를 사먹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우리는 잠바쥬스의 구렁텅이로 향하게 됬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잠바쥬스, 박태환의 쥬스로도 잘 알려진 이 곳은 2012년 5-7월 기준으로 현재 떠오르고 있는 쥬스 전문점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인천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열시 넘게 운영 중인 몇 안되는 가게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나 역시 친구들이 즐겨 먹는다는 소식을 여러 차례 접했던 까닭에 궁금하기도 했던 터라 잠바주스를 적극 추천했다.가 망... 우리가 시켰던 메뉴는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인기 메뉴 스트로베리 와일드, 그리고 엄마를 생각한 건강 메뉴 석류 픽-미-업. 우리가 기대했던 맛은? 평범한 과일 쥬스! 하지만 우리가 맛보았던 건? 어... 음... 브루펜... 대실망이었다 흑흑
아무튼 돌아가는 시간이 넉넉잡고 두시간은 걸리는 마당에 언제까지 엄마랑 동생을 인천공항에 있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열시 반 쯤 둘을 떠나보내고 이제 정말 오롯이 혼자가 되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수위 아저씨에게 캐리어를 맡기고 들어갔는데, 맙소사... 공항 화장실은 캐리어를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넓게 설계 되어 있었다. 이건 비단 인천 공항 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항들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아무튼 볼일까지 마치고 여유롭게 출국 심사대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나는 몰랐던 것이다. 비행기만 벌써 열번은 족히 타보았던 내가 보딩타임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내가 타고 떠나게 될 비행편의 보딩타임은 11시 10분이었고, 게이트에 도착해 건너편 면세점 인도장에서 선그라스를 건네받자 마자 거의 모든 탑승이 완료되어 나도 부리나케 비행기로 몸을 실었다. 남는 시간 동안 혼자 뭐하누, 하던 엄마의 걱정과는 다르게 다행히 심심할 틈도 없이 모든 일들이 나름 바삐 척척척 진행 되었다.
기내에서...
에미레이트는 일전에 브라질을 다녀올 때 한차례 이용한 적이 있는지라 국적기보다 친근한 항공편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타는 에미레이트는 여전히 굳굳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살짝 미운털 박히는 일들이 있었으니... 첫째로 처음 항공권을 예매할 때만 하더라도 인천-두바이 구간은 요즘(거듭 강조하지만 기준은 2012년 5-7월이다) 대한항공에서 그렇게! 열심히 밀고 있는 바로 그 꿈의 A380이 운행된다고 되어 있었는데, 지난 밤 온라인 체크인을 할 때 다시 보니 A380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보잉기만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내가 그 하고 많은 항공사 중에 아랍에미리트를 괜히 고른 게 아닌데!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서도 A380이 한몫을 톡톡히 했으므로 사실 나는 적잖이 실망을 했었다. 고의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는가. 알고 보니 내가 이용한 그 항공편만 그런 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인천-두바이 구간 전편을 운행 중지했던 모양인가보다. 아무튼... 이게 그 첫번째고. 두번째는 바로 기내식에 있었다.
요즘 같이 해외 여행이 잦은 시대에 기내식에 연연하는 게 촌스럽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이고. 나는 사실 기내식을, 정확히 말하면 에미레이트 기내식을 매우! 좋아한다. 다른 항공사는 장기 비행을 해보지 않은 탓에 다양한 기내식을 맛보지 못해서 잘 모르기도 하지만, 에미레이트 기내식 하나만 놓고 봐도 그냥 딱 내 취향이다. 완전 맛있어! 이렇게! 내가 기내식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내 기내식을 스킵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게 어찌 된 사연인고 하니, 내 옆에는 아 진짜 자꾸 다리 떨고 목베개도 안챙겨와서 자꾸 내 쪽으로 머리 기대고 이러는 진짜 밥 맛 아저씨가 앉아 있었는데, 식사 주문을 할 때도 역시 그 진상의 아우라가 빛을 발했다. 메뉴만 고르는 게 아니라 와인에 뭐에 뭐에 뭐에 끝없이 주문이 이어지니 승무원이 정신이 없었는지 아저씨 것만 잔뜩 챙겨준 후 나를 놓치고 다른 승객 주문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등이었나 팔이었나를 콕콕 찌르고 (익스큐즈미~ 이러니까 못듣길래) 너 나 빠트렸어. 이랬더니 놀라면서 미안하다고 내가 너 준 줄 알았다고 그러면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기다렸지. 옆에 아저씨가 한 상 거하게 차리고 맛있게 쩝쩝거리고 먹는데 그것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굉장한 자극이 되었으므로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내 앞에 이미 서빙되어 있던 사이드 메뉴들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진짜 말그대로 게걸스럽게 우걱우걱. 그러던 차에 승무원 오빠야가 출동! 정확한 대사가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친절한 멘트를 날리며 나에게 제일 먼저 메인 메뉴를 서빙해주었다. 내가 제일 가까운 승객도 아니었는데! 오히려 내가 제일 먼 승객 중의 하나였다. 게다가 다른 승객들에게는 별다른 멘트 없이 메뉴만 서빙해주는데, 나는 사실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아는 배포를 가진 여자. 무지하게 감동해서 우걱우걱 사이드메뉴를 집어삼킬 때 약간 서운했던 그 감정은 온데간데 없이 눈녹듯 사라지고 에미레이트에 대한 무한 애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 이것이 문제의 첫 기내식. 느껴지는가, 그 아수라장이. 메인메뉴 서빙받은 바로 직후에 찍은 사진인데 벌써 빈그릇이 보인다ㄷㄷㄷ
▲ 꽤나 가지런한 두번째 기내식 인증샷과 비교하고 있노라면 정말 저 때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이제 슬슬 지치기 시작한다. 는 개뻥이고. 밥 먹으러 나갈 준비를 해야 해서 여기서 잠깐 세이브의 타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투비 컨티뉴-
예고편 : 두바이 항공 알짜 이용 노하우! 식수대 사용법과 무료 인터넷 사용 방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드리드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또 어떠한 일들이??? 워메 동양사람이 아무도 없어야~ C존이 그 C존이었당께?
옴마야 이건 내 신발이 아닌데??? 아이고 망했다ㅜㅜ
여기가 마드리드야 서울이야? 삼각대 놓고 찍기 부끄러워... 소피아레이나 박물관 도착! 메시 짱팬과의 짧은 인연, 그리고 굶주리는 배...
뭐 대충 이정도?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옴마니반메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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