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0. 8. 13. 금요일. 비
인원 : 아내, 딸내미, 나
툭 툭 투두둑 투두둑 타프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30분이다.
타프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쿠르릉 쿠르릉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8시가 넘어 비가 조금 잔잔해질 때 밥을 하려고 텐트 입구에 타프를 더 들렀다. 그런데 타프가 의외로 작다.
지금 생각하니 비비색을 갖고 산행을 하였을 때 타프가 너무 큰 것 같아서 반쪽으로 자른 것이 후회가 된다.
모든 물건이 만들어 질때는 다 거기에 맞는 용도가 있는 것이다.
비가 내려 먹거리가 없어서 인지 먹이를 먹으러 나온 까투리. 밥알을 던져 주는데 살금살금 와서 먹고 간다.
백무동의 꿩도 자연의 환경에 적응을 하는 것이다. 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장터목을 오르기 전 야영장 이정목에서
오전 11시가 되니 비가 멎기 시작한다. 12시 05분, 한사코 산행을 하지 않으려는 딸내미를 달래서
하동바위 능선으로 장터목을 오름.
하동바위 아래 계곡에서 첫 휴식을 취하며
ㅎㅎ 장터목을 올라 한신계곡으로 내려오며 지리의 계곡 풍경을 담으려 했는데, 이 사진이 지리산 계곡을 담은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이 되어 버렸다.
하동바위를 지나
돌탑에 염원을
참샘에 도착하여 식수도 보충하고
참샘에서 소지봉까지 된비알을 올라 시원한 캔맥주로 갈증도 풀고
딸내미는 그로기 상태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딸내미 힘드시지.
산행 내내 엄마가 놀려대도 힘이 드니까 대꾸도 못하는 딸내미는 오리궁둥이 대장님 ㅋㅋ
엄청난 내공의 발자국 누구일까?
하동바위 코스 최고의 조망지 전망대바위에서(딸내미 기운 차리시게)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장터목대피소
그것도 잠시 연화봉에서 들이치는 운무에 그만 시야에서 사라진다.
거북바위에서 폼도 잡고
(홍매화! 혼자 힘이 펄펄 나는 데, 그것은 산을 오르며 딸내미를 계속 놀려 먹어서 그런가 보다)
장터목산장 바로 직전 꽃을 바라보는 폼이 영^^^
장터목대피소에서 제석봉을 등지고
딸내미 기분이 어때! 오늘 비만 안왔으면 딸내미는 정말로 반은 초주검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천왕봉을
다녀와서 한신계곡으로 내려 가려고 애당초 마음을 먹었으니까?
비내림의 덕을 보았네. 딸내미!
장터목대피소에서 꿀맛 같은 라면과 밥을 먹고, 날씨가 좋지 않아서 다시 오던 길로 내려 가기전에
원래는 한신계곡으로 내려 가려고 먹거리를 많이 짊어지고 왔는데, 서둘러 하동바위길로 내려가도 밤 8시가
될 것이다.
꽃산수국(꽃잎이 세개 짜리도 있고, 사진에는 찍지를 않았지만 네개 짜리도 있다)
딸내미는 올라갈 때는 오리궁둥이라 힘들었는데, 내려올 때는 아예 더듬이
하동바위를 내려오면서부터 간간이 내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우르렁 쾅 우르렁 쾅 ~ 울어대는 천둥소리,
하늘을 가르는 번개, 현란하게 춤을 추는 반딧불이를 보면서 잔뜩 식겁하고 내려온 그 길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나는 당신께 큰 절을 올려야겠소. 왜냐하면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에 딸내미를 나 대신 챙겨 주어서.
야영장에 내려오니 밤 8시 17분이다. 텐트에서 씻거리을 가지고 계곡으로 올라가 칠흑 같은 어둠에 비를 맞으며
천둥소리와 나를 삼킬 듯이 흐르는 물소리, 섬뜩한 번개를 바라보며 가족들이 목욕을 한 것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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