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7. 4. 3. 화요일
인원 : (대장:일체무, 총무:영희)
아지, 아미새, 은실, 은실2, 은실3, 새미, 태원, 투봉, 옥소,
섬진강
코스 :-산골휴게소 (10:15)
-상장지능선
-상장1봉 (11:10)
-육모정 (12:25)
-영봉 (13:00)
-위문
-문수대
-승가봉
-족두리봉 (18:05)
-대호통제소 (18:30)
(총거리 약19km)...8시간15분
"사랑이 야속하더라. 가는 님이 무정하더라..." 우리직장 노총각 아무개가 구성지게 불러대는 노래가락이다. 그리고 창가로 가더니 한껏 봄맵시를 내며 거리를 거니는 아가씨를 바라보면서 "아싸! 정말 날씨 한 번 좋네" 하면서 환호를 지른다.
그러고 보니 정녕 봄은 아가씨에게만 오는줄 알았는데, 이처럼 떡거머리 노총각도 봄을 기다리며 내내 달뜨고 있다.
그래서 봄은 꿈이요. 희망의 나래인가 보다. 미상불 나도 겨우내 기다리던 봄이다. 그러나 실로 봄은 꽃이야 피고지고 말건,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순환으로 아무것도 모르며 오고 갈 뿐인데 사람들의 마음만 달뜨게 만들고 있나 보다.
지난 겨울은 혹독한 겨우살이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나는 마음 한켠으로는 훈훈하게 불어대는 봄바람에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그리며 봄을 기다린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와서 지금 나의 가슴에 온갖 꽃들을 뿌리며 나를 유혹하고 있다.
몇일전에 이봄이 속절없이 가기전에 나의 연인 삼각산을 산행의 백미인 최장종주를 하면서 그대의 꽃잎에 내가슴을 싣고, 그대를 아름다운 아띠님들과 보듬어 보려고 하는데, 내사랑 삼각산이여 나를 받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하며 산행공지를 올렸다.
봄볕 아래 느긋하게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봄날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그 축복을 받으러 사기막골 통제소 직전에 있는 산골휴게소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을 건너 아띠님들과 상장지능선을 오르니 드디어 나는 삼각산으로 들어 가는 것이다.
하늘은 맑다못해 눈이 부시게 시리다. 삼각산 주봉을 유유히 유영하는 흰구름들과 지천으로 피어오르는 꽃들의 향기를 느끼며 오르니, 나의 가슴은 어느덧 소풍가는 어린아이가 되어 콩당콩당 뛴다.
바람도 주착없이 아름다운 봄을 시샘하는지 싸늘하게 불어댄다. 그러나 바람의 향은 맑기가 그지없다. 그 바람을 맞으면서 천천히 상장지능선을 올라 상장1봉에서 9봉까지 걸어가면서 솔솔 불어오는 솔향기를 폐부 가득히 담으며, 능선 양면으로 펼쳐지는 비경의 파노라마를 보면서, 산우님들의 감미로운 한담을 들으며 산길을 거니니 이 또한 사는 재미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산은 왜오르는가.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분을 느끼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나는 서슴없이 말하고 싶다.
산행시마다 보는 홀로 피웠다 지는 이름모를 꽃. 오늘도 아무도 모르게 바위틈에 홀로 피워 나를 기다리다 져버리는 이름모를 꽃을 보면서
홀로 중얼거려 본다.
이름일랑 묻지 마오
꽃이라면 그만이지.
보는이야 있건 말건
흥에 겨워 제 피는니.
꽃피고 이름 없으니
그를 서러워 하노라.
이처럼 아름다운 것일수록 머무름이 짧아서인지 봄은 더욱 그립고 아쉬움을 남기고 가는가 보다
영봉 오르기 직전에 조금씩 눈이 날린다. 영봉아래 바위에서 산우님들이 각자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을 다먹어 갈즈음에 조금씩 휘날리던 눈발은 백운, 인수봉에서부터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며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이런것을 보고 가히 환상의 꽃이라고 하나 보다.
사월에 휘날리는 눈을 보다니 이것도 산행을 하면서 받는 축복이 아닐수 없다. 하늘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그러나 꽃들과 새싹들에게는 잔인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월은 잔인한달이라고 시인들은 노래를 읊는가 보다.
밥을 먹고나서 찾아드는 속떨림을 이기고자 우리들은 하루재로 속히 내려왔다.
백운산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위문을 오려고 하는데 은실2님께서 도저히 힘들어 하산을 하신다고 한다. 간곡히 설득을 하여 함께 종주를 마쳤지만 그후로 두번의 다리의 경련으로 나는 조금 마음고생을 하였다. 쓸데없는 것에 너무 집착을 하지 않았는가 하고 말이다.
오늘은 조금은 쌀쌀하지만 맑은 하늘과 함께 불어대는 맑은 바람을 맞으며 산행을 하고 또한 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지면서 나리는 눈발을 맞으며, 언제 그랬느냐 하면서 맑게 개이는 하늘의 요술을 맞보면서 내사랑 삼각산의 비경은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도록 황홀한 그 자체였다. 실로 자연은 위대한 반면교사임을 실감했다.
산행내내 후미에서 힘들어 하시는 여우님들의 가방을 둘러매고 그들을 이끌고 산행을 하신 투봉님, 종주산행의 즐거움을 누리시는 태원님, 그리고 진정으로 삼각산을 사랑하는 나의 정겨운 산지기 섬진강님, 언제나 정성이 깃든 먹거리를 챙기시고 간간히 여담을 내던지며 웃움을 선사하시는 옥소님! 산행을 너무나 잘하시는 똑순이 은실이님과 두분의 미녀님들, 오늘은 조금은 힘들어 웃움꽃을 내지 못하신 아지님 그러나 이것만은 잊지 못하겠어요. 상장능선에서 영희님이 사진을 찍을때 영희님 배꼽을 보여 주려는 제스처에 깜짝 놀라는 영희님의 표정은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산행시마다 걸음걸이가 힘이 넘치는 아미새님, 후미에서 힘들어도 꾸준히 산행을 마치신 새미님, 그리고 말없이 나의 산행에서 도움을 주시는 영희님, 모두가 이제는 지난일을 그리는 추억의 그림자가 되었으니 가는 세월이 무정하기이룰데 없이 야속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족두리봉 북면을 올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대호 통제소로 내려오면서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의 "달빛을 탐내다"를 홀로 읊조려 본다
산에 사는 중이 달빛을 탐내더니
물 긷는 병에 달까지 담았네
절에 가면 금세 알게 될 거야
물 쏟으면 달도 없어진다는걸..
물 쏟으면 없어지는 달처럼을 음미하며 내사랑 삼각산을 나오니 어느덧 8시간15분의 대장정 삼각산 종주산행이 끝나는 것이다. 다시 하늘은 흐려 어눅해지고 바람은 싸늘히 불어댄다. 끝내 바람은 아름다운 봄을 시샘하는가 보다. 끝까지 고통스러운 산행을 함께하신 산우님들께 머리를 조아려 고마음을 전하면서 산길을 이만 접는다.
.
'산행일지 > 2007年 산행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양 제비봉 (0) | 2007.04.10 |
---|---|
관악산, 삼성산 산행 (0) | 2007.04.06 |
봉산. 앵봉산 산행 (0) | 2007.03.26 |
한라산 (0) | 2007.03.23 |
노고산 산행 (0) | 2007.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