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로마 남부의 "풀리아" 주로 떠나는 날
풀리아 교통의 요충지인 "바리"에 머물면서 주말을 끼고 근교 "폴리냐노 아 마레", "알베로벨로", "마테라"를 다녀오는 일정이다.
아직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풀리아 주는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에 비하여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지역인데, 이탈리아만 세 번 째인 나에게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 하면 주저하지 않고 풀리아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로마에서 풀리아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비행기와 기차가 있는데, 비행기가 빠르긴 하지만 기내 수하물 등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이 불편하기에 우리는 저렴한 기차를 택했다.
주말 동안 풀리아를 좀더 즐기기 위해서는 아침 기차를 타야 낮에 도착할 수 있기에 오늘은 일찍 집을 나섰다.
아침으로 챙겨온 바닐라 맛 요거트. 안에 쌀 토핑이 있어서 담백하고 속도 좀더 든든한 느낌?
우리는 각자 예매를 했어서 자리가 다 달랐는데, 어제 저녁에 먹고 남긴 것들을 챙겨온 친구가 열차를 한 바퀴 돌면서 우리에게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나누어주었다. 덕분에 배 부르게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심심해서 셀카도 찍어보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테이블 아래로 주렁주렁 선을 연결해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분명 내 눈엔 usb 단자나 콘센트가 안보였는데? 알고 보니, 테이블 아래에 이건 뭐지? 장식인가? 싶던 저 수상한 뿅뿅뿅 구멍 세 개가 콘센트 였던 거다. 뒤 늦게라도 콘센트에 어댑터를 연결해서 전기 수혈을 했다.
왠만해선 정시에 출발해서 정시에 도착하는 영국에 있다보니 여기는 유럽, 그 중에서도 악명 높은 이탈리아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 때부터 시작된 연착 지옥...
그래도 무사히 바리에 도착을 하였고요?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다시 오늘의 목적지인 폴리냐노 아 마레로 향했다.
폴리냐노 아 마레로 향하는 기차는 이렇게 차창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폴리냐노 아 마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맛집 페스카리아!
식사 때를 한참 지나 도착을 했는데도 가게 안에는 이 곳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리가 쉬이 나지 않아 눈치 싸움 끝에 겨우 동석을 할 수 있었다.
원래 이곳은 문어 버거로 유명한 곳인데 나는 한국에서 먹던 문어만 떠올리고 질긴 게 싫어서 새우 버거를 선택.
그런데 친구와 언니가 극찬을 하면서 한 입만 먹어보라며 내어준 문어 버거를 맛보니 튀긴 문어가 어찌나 질기지 않고 야들야들 부드러운지 너무 충격적인 맛이었다. 새우 버거도 내가 상상했던 한국에서 먹던 그런 새우 패티가 아니라, 탱글탱글한 진짜 새우가 저렇게 들어 있어 굉장히 신선하고 건강한 맛이 났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또 먹어보고 싶은 페스카리아의 문어 버거.
그리고 그림 같은 풍경의 폴리냐노 아 마레!
하지만 그림같은 풍경을 담아내기엔 바닷 바람이 너무 세차서 결국 사진은 포기...하고 구 시가지로 들어가기로 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구시가지 골목에서 발견한 우리들 만의 포토 스팟!
우리끼리 찍고 찍어주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여행지 국룰 누가 사진 찍기 시작하면 거기가 핫플이 됨.
골목 끝에 다다르니 이렇게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사진 좀 찍고 (여기는 그나마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전망대는 여기가 아니라 다시 골목으로 들어갔다.
폴리냐노 아 마레, 하면 나오는 대표적인 이미지. 하지만 그만큼 핫한 포토 스팟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아까 다리 위에서 만큼이나 바닷 바람이 심해 여기도 멀쩡한 인물 사진을 도저히 건질 수 없었다.
흩날려라 머리머리~~~
친구가 스페인 론다 느낌 나지 않냐고 찍어준 사진
모래 반 자갈 반. 물도 깊고 예쁜 풍경에 비하여 여러 모로 해수욕을 즐기기 썩 좋은 곳은 아닌 듯 하다.
절벽 위 난간에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 바로 아까 위에서 말한 그 포토 스팟이다.
바람이 하도 불어서 호다닥 사진을 찍고 자리를 떴다.
나름 느낌 있지 않나요. 필름 카메라로도 열심히 찍었는데, 아쉽게도 산토리니에서 필름에 문제가 생겨서 이탈리아 남부와 아테네에서 찍은 사진은 전부 날려버렸다...
원래 대로라면 저녁을 먹으러 기차역으로 한 정거장 더 가면 있는 모노폴리로 가려고 했지만, 바닷 바람을 계속 쐬어서 그런지 언니와 친구 몸 상태가 영 좋지 못해서 아쉽지만 숙소가 있는 바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춥다 → 뜨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 → 얼큰한 라면이 먹고 싶다 → 그래서 들르게 된 아시아 마켓.
유럽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이제 정말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한국 음식을 구할 수 있다는 것.
한국 음식 외에도 처음 보는 특이한 식료품들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딸기&키위 맛 환타와 바닐라 맛 코카콜라에 도전.
그렇게 오늘 저녁은 너구리 매운맛과 종가집 김치로...
지금보다 좀더 어렸을 땐 이렇게 열차 표 하나까지도 소중히 간직했었는데, 이제 그냥 쿨하게 사진으로만 남기고 쓰레기통으로...
'깨민이의 유럽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마 남부 "풀리아" 여행 3일차 / 고대 도시, 마테라(Matera) (0) | 2023.12.12 |
---|---|
로마 남부 "풀리아" 여행 2일차 / 스머프 마을, 알베로벨로(Alberobello) (43) | 2023.12.06 |
[230929] 로마 여행 - 바티칸 정원, 로마 우정스냅 촬영 (10) | 2023.11.30 |
[230928] 영국에서 로마로 이동 (1) | 2023.11.30 |
[230927] 런던, 어게인 (33) | 2023.11.21 |